[Tech&]“공학도의 상상, 내일의 현실이 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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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공학 페스티벌, 다양한 플랫폼으로 열려

국무총리상을 받은 서울대 루돌프팀. 앞부터 강재윤, 조정민, 장준서 씨.
국무총리상을 받은 서울대 루돌프팀. 앞부터 강재윤, 조정민, 장준서 씨.
11월 23일(월)부터 27일(금)까지 5일간 ‘2020 공학 페스티벌(E2Festa 2020)’이 ‘공학 챌린지 위크, 계속되는 도전’을 슬로건으로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의 감염·확산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을 선제적으로 활용하여 서울 노들섬 다목적홀 스튜디오를 기반으로 홈페이지 및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공학교육혁신협의회가 주관한 ‘2020 공학페스티벌’은 기업 수요에 맞는 창의융합형 실무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창의융합형 공학인재양성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공학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알리고 공학인의 사기 진작을 위해 2012년부터 9년째 개최되고 있다.

공학 페스티벌의 메인 행사인 ‘창의적 종합설계 경진대회’는 기존의 현장 전문 심사위원들의 참여로만 이뤄진 방식을 버리고, 참여 학생들이 동영상을 통해 예선 및 본선을 진행하고, 전문 심사위원과 전국 1500여 명의 공과대 학생들이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산업계 이슈를 공학적 관점에서 해석한 ‘엔지니어 토크콘서트’, 국내 AI 산업 현황과 최신 기술 이야기가 담긴 ‘AI 기업 오픈클래스’ 등은 공대생과 산업계가 심도있게 소통하는 현장교육의 장(場)이자 융합 인재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기회가 되었으며, ‘인더스트리 미팅’은 대기업, 스타트업, 연구소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배들과의 온라인 소통 프로그램으로 공학의 미래, 공대생의 취업 등에 대한 현실적이고 솔직한 대화가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도 4차 산업혁명 체험키트 릴레이 프로그램인 ‘언박싱 공학 챌린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열린 ‘해킹 경진대회’ 및 ‘퀴즈공학’ ‘카톡 인증샷’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들이 함께 진행되었다.

산업의 미래를 묻거든 캡스톤을 보라


‘창의적 종합설계 경진대회’는 2002년 시작해 올해로 19회를 맞이하였다. 이 대회는 공대생들의 자유로운 상상으로 우리 기술과 산업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전망대다. 세계적으로 35조 원에 이르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드론’의 경우, 이미 ‘2012 창의적 종합설계 경진대회’에서 고층 높이에서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트랜스포머로봇’이 국무총리상을 수상했고, 2013년에는 ‘수직 이착륙 비행접시’, 2016년에는 ‘무선조종기’로 우리의 미래를 내다봤다. 또한 2012년에는 ‘무인자동차를 위한 환경인지시스템’을 선보이며 자율주행차의 미래를 내다보았고,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하이브리드 스쿠터’도 같은 해에 선보였다.

올해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경진대회 최초로 언택트 심사로 진행되었다. 대학별 예선을 거쳐 전국 87개 대학 140팀이 2차 예선에 진출하였고, 11월 26일에 최종 수상자 21팀이 가려졌다.

이 대회는 학생들이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문제해결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 기획부터 설계, 시제품 제작까지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교육과정의 일환이다. 해마다 사회의 흐름과 학생들의 과감한 상상력이 결합한 작품들이 눈길을 끄는 가운데 올해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작품이 많았다.

올해 수상작을 보면 크게 세 가지의 큰 흐름을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새로운 이동 방법에 대한 관심이다. 탈것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미래 신산업의 대표적인 분야답게 전기차, 자율차, 개인형 이동수단 등에 대한 제품 개발과 이들 제품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서비스를 선보인 작품이 많았다.

두 번째,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관심이다. 보편적인 인권 의식의 향상과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더 어려워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제품도 많았다. 침상에서 고정된 생활을 해야 하는 분들이 시선만으로 다양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계명대 홍삼조의 ‘시선 추적을 이용한 AAC 홍미히’가 그 예이다.

세 번째,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다. 공학 교육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기업들과의 직접적인 소통과 협업이 많아지면서, 실제 기업과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부딪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도한 아이디어의 작품들이 많았다.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동원대 조문형 교수는 “경진대회 출품작들은 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작품들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올해는 사회적인 변화와 기업과의 소통 등으로 인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학생들이 많이 보여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공학생들이 다양한 방면으로 적극적으로 소통을 시도하는 좋은 기회다”라고 말했다.

산업부 강경성 산업정책실장은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창의·융합형 공학 인재가 이제는 기업과 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공학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2020 창의적 종합설계 경진대회는 미래 신산업을 이끌어갈 우리 공학인재들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앞으로도 정부는 기업과 대학의 보다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지원하고, 혁신 성장과 한국판 뉴딜을 주도할 청년 인재들을 양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국무총리상 - 서울대 루돌프팀, 자율주행 킥보드 개발

“나를 찾아오는 킥보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번 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은 서울대 루돌프팀의 조정민 씨는 개발 동기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시작했다. “서울시 기준으로 공유 전동 킥보드의 수가 5월에 1만6580대를 기록, 도입된 지 2년도 되지 않아 100배 이상으로 커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킥보드도 늘어났고, 사람과 차량의 이동을 방해하거나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우리의 킥보드는 이용이 끝나면 스스로 지정한 위치로 돌아오거나 다음 이용자에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일일 이용시간이 크게 늘어날 수 있으며, 길거리에 방치되어 생기는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관리 비용도 크게 절감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 계명대 홍삼조팀, 시선 추적을 이용한 보급형 AAC 개발

“형편이 넉넉지 않은 환자분들도 손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보급형 AAC ‘홍미히’를 개발한 계명대 홍삼조팀의 김애리 씨가 밝힌 개발 배경이다.

AAC란 Augmentative Alternative Communication의 약자로 ‘보완대체 의사소통’으로 불린다. 루게릭병과 같이 몸이 굳은 환자나 신체 마비 등의 증상이 있는 사람들처럼 말과 글을 쉽게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의사소통을 돕는 시스템이다. 홍미히는 노트북 내장캠이나 저렴한 웹캠에 시선 추적 기술을 이용하여 사람의 시선만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IoT와 연동하여 침상의 높이, 창문 개폐도 제어할 수 있다.

금오공대 다양한 배열의 수송 로봇팀, 군집 수송 로봇 개발

“어떠한 형태의 대상도 모두 옮길 수 있는 수송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산업현장에서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수송 로봇이 보급되고 있는데, 대부분 특정 지역에서 크기나 무게가 일정한 대상만 수송하는 로봇으로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다양한 모양과 크기를 옮겨야 하는 산업현장에 매우 유용한 로봇이며, 여러 형태의 로봇을 사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인 선택이 될 것입니다.”

금오공대 권지용 씨가 밝힌 개발 과정 설명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석영철 원장 인터뷰…
기술기반의 융합형 인재 키운다

코로나19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공학페스티벌’과 ‘창의적 종합설계 경진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전담 기관의 장으로서 소회를 밝힌다면….

처음으로 비대면 행사로 전환되면서 공학도들의 참여와 작품의 수준이 저하되지 않을까 많은 걱정을 했다. 하지만 담당자들이 비대면 행사에 맞춘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면서 더욱 풍성한 행사가 된 것 같다. 참여한 엔지니어들, 공대생과 공학교육혁신협의회 담당자들에게 감사한다.

‘공학페스티벌’이 ‘창의융합형 공학인재양성 지원사업’의 성과를 확산하고, 공학인들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진행하는 행사로 알고 있다. 지원사업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 준다면….


공대생들이 졸업하고 취직을 하면 자신이 공부했던 것들이 현장과 매우 동떨어져 있었다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는 신입사원들에게는 자신감을 잃게 하고, 기업에는 재교육의 시간과 비용을 요구한다. 이 사업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2007년부터 추진해 온 사업으로, 대학이 경직적인 학부교육의 틀을 넘어 급격히 변하는 산업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기업 수요에 맞는 창의융합형 실무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2020년 기준으로 전국 67개 공과대학의 75개 공학교육혁신센터를 지원하면서 대학 내 25개의 다학제공동실습공간을 운영하여 실험·실습 교육에서 창업까지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1700여 개 기업이 교육프로그램 기획, 산학협력형 캡스톤디자인 과제 등에 참여하여 산업체 맞춤형 인재양성에 힘쓰고 있다.


2007년에 시작된 사업이라면 벌써 14년이 흘렀다. 그동안의 성과와 아쉬운 점이 있다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1단계에서는 외국 프로그램 등의 벤치마킹을 통해서 혁신센터 설치 등 우선 기반 구축을 하는데 집중했다. 2012년부터 내년까지 진행 중인 2단계에서는 융·복합 신산업 요구역량에 부합하는 융합형 교육과정 확대, 현장 중심형 교육강화를 위한 기업 참여 확대 등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또한, 창의적 종합설계 및 제작 등 종합적 문제해결역량 교육강화를 위한 공학혁신발전소(EPIC)를 지정, 학생들의 제품이 곧바로 사업화 또는 창업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여전히 부족한 공대와 엔지니어에 대한 사회의 선입견과 인식 부족으로 사업의 활성화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다. 내년이 2단계가 종료되는 해이기도 하면서 공학페스티벌 1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이 부분을 좀 더 보완하겠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디지털 대전환이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혼란의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기술을 이해하고, 이를 사회의 변화에 반영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의 융합형 인재의 양성이다. 이러한 정부와 대학의 인재 양성 방안에 집중적인 투자와 보다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란다.




#2020 공학페스티벌#창의적 종합설계 경진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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