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에 사는 B씨는 “지금은 일하고 있으니 어떻게든 월세를 감당할 수 있겠지만, 퇴직 후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앞이 막막한 상황”이라며 “전세에 이어 월세마저 급등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마음 편히 잠을 잘 수 없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78% 급등했다. KB가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6년 1월 이후 4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0.12%) 대비론 상승률이 6배 이상 치솟았다. 수도권 월세 상승률도 지난달 0.6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품귀가 심화하고 전셋값이 급등하자 전세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는 사람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로 몰리면서 월세 마저 오르는 상황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저금리 상황에서 고정적인 임대 수입을 얻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조사 결과 임대차법 시행 직전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3만8427건으로 월세 2만2951건에 비해 1만5000건 이상 많았으나, 현재(26일 기준) 전세 1만605건, 월세 1만280건으로 비슷한 상황이다. 둘 다 매물이 귀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세입자들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임대주택을 늘리고 월세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어서 전세난을 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임대주택 확대는 장기적인 공급 방안으로 당장의 전세난을 해결할 수 없다”며 “월세 세액공제 역시 전세 사는 세입자가 월세로 밀려나면 세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인데, 세입자들에게 월세에 살라고 떠미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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