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 휴게소 中企제품 판로 확대의 탄탄대로 열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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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양성화-협동조합 결성 이끈 김만연 하이숍협동조합 이사장

김만연 한국고속도로휴게소 하이숍협동조합 이사장(오른쪽)이 중부고속도로 상행선 오창휴게소 하이숍 매장에서 직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하이숍협동조합 제공
김만연 한국고속도로휴게소 하이숍협동조합 이사장(오른쪽)이 중부고속도로 상행선 오창휴게소 하이숍 매장에서 직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하이숍협동조합 제공
‘촉망받는 선수에서 잘나가는 공기업 과장을 거쳐 노점상, 그리고 현재는 고속도로 휴게소 200여 개 매장 조합의 대표로 재직 중.’

김만연 한국고속도로휴게소 하이숍협동조합 이사장(61)의 경력사항이다. 한때 고속도로 트럭 노점상들을 대변하다 ‘조폭’으로 몰려 실형을 살기도 했다. 일반인이라면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이력이다. 힘겨울 때마다 그를 버틸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은 학창 시절 육상과 축구를 하며 익힌 불굴의 의지와 소통 능력이었다.

강원도 양구 출신인 김 이사장은 육상 단거리 선수로 전국대회를 석권하다 고등학교 때 축구선수로 전향해서도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은 타고난 운동선수였다. 고려대 진학을 꿈꾸며 강릉농고(현 강릉중앙고), 울산 학성고 등 여러 축구 명문고를 6년이나 다녔지만 실패한 뒤 상무에 입대한다. 1980년대 초 박항서, 조광래, 박창선, 박성화 등과 함께 충의팀 주력멤버로서 100m를 10초9에 달리는 스피드를 앞세워 공격을 이끌기도 했다. 이때 상무 축구단장 윤태균 장군의 눈에 띄었고, 윤 장군이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1989년 그도 도로공사에 입사한다. 늘 성실하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자기관리에 충실한 모습을 높이 평가받은 결과였다.

도로공사에서 언양휴게소와 대관령휴게소 관리과장으로 3년여를 보낸 김 이사장은 1990년대 초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고속도로 노점상으로 변신한다. 그는 “(도로공사에서) 3년 열심히 뛰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월급쟁이로 살다 보니 세상의 속도가 너무 느렸다. 잘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장사를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가 1993년 내놓은 맥반석 오징어 구이는 날개 돋친 듯 팔렸고, 지금도 고속도로 휴게소를 대표하는 상품이 됐다.

하지만 노점상 차량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허용되지 않는 불법 시설물이라는 게 문제가 됐다. 도로공사에서 휴게소 관리자로 일했던 그는 자연스레 노점상들의 대표가 돼 합법화 작업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2001년 그는 조폭 두목으로 몰려 실형을 살기도 했다. 법률 자문 등을 하기 위해 변호사를 쓰기로 하고, 비용을 모았다. 그런데 노점상 모임은 ‘폭력조직’으로 둔갑하고, 돈을 모은 일은 ‘갈취 행위’가 됐다.

꼬박 3년형을 살면서 그는 잘못이 없다고 떠드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일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난생처음 법전을 펴들고 공부를 시작했다. 출소 후 다시 노점상의 합법화 작업에 뛰어들면서 법을 제대로 이용했다. 그 결과 2008년과 2012년에 다시 법적 분쟁에 휘말렸지만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처럼 수많은 고초를 견뎌내며 그가 노점상 양성화와 협동조합 결성에 매달린 것은 자신은 물론 많은 회원들의 생업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2011년 고속도로 노점상을 하이숍 매장으로 양성화했고, 2015년엔 하이숍협동조합을 이끌어냈다. 현재 하이숍은 전국 모든 휴게소에서 200여 개가 운영되고 있고 회원 수는 300명이 넘는다. 지난해엔 하이숍을 도로공사 공식 파트너와 중소기업중앙회 정회원으로 승격시켰다. ‘HI-Q’란 자체 브랜드도 만들었다.

김 이사장은 요즘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 “하이숍에서 거래되는 제품이 3000개가 넘습니다. 대부분 저가의 중국산 제품입니다. 앞으로는 국내 중소기업을 위한 대규모 판매장으로 만들어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한 축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하이숍협동조합은 올해 4월 이사회를 열고 그의 임기를 2024년 4월까지로 연장시켜줬다. 그가 그동안 보여준 공로를 인정하고, 그의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결정이었다.

용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고속도 휴게소#노점상#양성화#김만연#하이숍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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