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들어온 P2P… 부실업체 줄폐업땐 투자자 손실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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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투법 27일 시행… 규제사각 해소
한때 혁신금융으로 주목받았지만 잇단 사기-부실대출에 신뢰 잃어
누적대출 10조… 연체율 8%대로
회계-감사보고서 못내면 영업금지… “시장 건전성 개선될 것” 기대


“○○업체 연체 소식 없나요? 너무 불안합니다.”

최근 개인들의 돈을 모아 자금이 필요한 사람이나 회사에 대출해 주는 개인 간 거래(P2P) 대출 관련 인터넷카페에 ‘연체’ 불안감을 호소하는 투자자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때 혁신금융 사례로 주목을 받던 P2P 업계에서 올해 들어 잇따라 사기·부실 대출 사건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도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봐 마음을 졸이고 있다. 한 P2P 투자자는 “P2P 시장이 시한폭탄이 됐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규제 사각지대였던 P2P 시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P2P 회사 등록 요건 등을 규정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이 27일 시행되면 부실 회사가 퇴출되는 등 업계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 돌려 막고 ‘먹튀’, 무법지대 된 P2P 시장

P2P 회사들은 투자자들에게 연 수익률 12∼18%라는 고수익을 제시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18년 대출 잔액 규모 1, 2위를 다투던 루프펀딩이 사기 대출로 대규모 투자자 손실을 일으킨 이후 부실 대출 사고가 줄을 이었다. P2P는 금융회사가 아니라며 감독 책임에서 발을 빼 왔던 금융당국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하지만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이 누적 대출액은 10조 원을 넘어섰다. 부실 회사들의 투자금 상환 지연 사태도 이어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직접 방문했던 팝펀딩은 대출금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드러나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 회사는 중소기업 대출 문턱을 낮춰주기 위해 금융위가 독려했던 동산담보대출 P2P 회사였다. 이 회사 대표는 지난달 검찰에 구속됐다. 이후 넥스리치펀딩, 탑펀딩 등에서 대출금 돌려막기가 터졌다. 심지어 일부 회사 대표가 잠적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P2P 업계 연체율도 2016년 0%대에서 올해 8%대로 치솟았다. P2P 업계 관계자는 “부실 P2P 업체가 난립하며 시장 전체가 신뢰를 잃고 있다”라고 했다.

○ 온투법 시행, 줄폐업 우려도

온투법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P2P를 정식 금융업으로 인정해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곳은 아예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다. 금융당국이 직접 회사를 점검하고 감시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는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감독을 통해 시장의 건전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온투법 시행으로 P2P 업계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면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한 업체의 줄폐업도 우려된다. 이는 투자자의 투자금 미상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금융당국도 이른바 ‘질서 있는 퇴장’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P2P 회사 240여 곳을 대상으로 26일까지 회계·감사보고서를 받았다. 제출하지 못하거나 의견 거절을 받은 회사는 원칙적으로 P2P 사업을 하지 못하게 할 계획이다. 다만,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까지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한 특별한 사유가 있는 곳에는 일정 시간 유예 기간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고서 미제출을 이유로 당장 폐업을 시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p2p#온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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