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편 든 미국 “수출규제는 안보 조치”…WTO 분쟁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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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8월 3일 14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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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가운데 미국 측이 “안보 조치는 WTO 심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일 간 WTO 법적 다툼에서 미국 측 주장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고조된다.

일본이 지난해 7월 대(對)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소재(고순도 불화수소·포토 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수출 규제 조치의 명분으로 ‘안보’를 내세웠는데, 시기적으로 일본에 힘을 실어준 주장으로 비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3일 WTO 분쟁해결기구(DSB) 회의록 요약본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달 2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DSB 정례회의에서 “오직 일본만이 자국의 본질적 안보에 필요한 조치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WTO 제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물론 미국이 GATT(WTO 전신) 체제 이후 지난 70여년간 줄곧 이어온 명분이라는 점에서 딱히 특정국(일본) 편에 선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이번 일본 수출규제 관련 WTO 분쟁해결 과정에서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변호사는 “WTO를 통한 대일(對日) 압박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며 “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안보를 이유로 철강 관세, 화웨이 축출시도 등의 조치를 WTO에서 합리화하려는 시도이다”라고 분석했다.

미국 측은 한국의 이번 제소에 대해 “70년간 피해온 안보 관련 사안 불개입 입장을 곤란에 빠뜨리고 WTO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지난 2019년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판결도 오류였다”라고 했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화물의 자국 경유를 일부 금지했다가 우크라이나로부터 제소를 당했다. 이에 WTO는 러시아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화물 경유를 막은 조처는 합당하다며 러시아의 손을 들어준 사례가 있다.

미국은 정치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안보 예외’를 러시아가 원용한 것을 옹호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이 일본 편을 들었다기 보다는 ‘무역확장법 232조’ 등 안보를 이유로 한 자국의 잇따른 무역규제 조치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당국자는 “미국은 DSB 회의에서 GATT 제21조 안보예외에 대한 자국의 오랜 입장을 반복한 것일 뿐”이라며 “결과적으로 일본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가 된 것은 맞지만 이 자체가 일본 입장을 지지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WTO 1심 재판부 격인 패널이 무역규제가 안보조치라는 이유로 심리 자체를 할 수 없다는 ‘심리 불가성(nonjusticiablity)’을 선언한 전례는 아직 없다. 다만 심리 과정에서 일본과 미국 측 주장이 판정에 반영될 소지는 남아 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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