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산업 주도권 잡을 기회… 규제 풀어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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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코로나 이후 재도약 의지
자동차-디스플레이 등 10대 산업… 5년간 311조 투자계획 내놔
“세제혜택-유연한 노사 관계 등 정책적 지원 있어야 투자 효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세계적인 수요 급감과 판매 부진에 허덕이는 우리 산업계가 300조 원대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코로나 이후의 재도약’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려면 정부와 정치권의 세제혜택, 유연한 노사관계 정립 등 법적,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자동차산업연합회 등 산업계 26개 단체가 ‘포스트-코로나19 글로벌경쟁산업 비전과 과제’를 주제로 공동 개최한 제3회 산업발전포럼에서는 국내 10개 주력 산업(기계 디스플레이 바이오 반도체 석유화학 섬유 자동차 전자통신 조선 철강)의 상황 진단과 코로나19 이후의 산업 주도권 확보 방안이 논의됐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차질로 중간재부터 최종 생산품까지 산업 업황이 대폭 악화했다”며 “하지만 코로나19 종식 후에는 업종별로 차별화된 수요 회복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계 관계자들의 단기 전망은 한결같이 불투명했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신산업실장은 “당초 올해는 4차 산업혁명 확산과 올림픽 등에 힘입어 세계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 비대면 조치, 매장 폐쇄로 판매가 감소해 세계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4%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책기획실장도 “4월 세계 자동차 판매가 1년 전보다 44.8% 줄었다”며 “2022년까지는 업계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3, 4월 수출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게는 8.6%(반도체)에서 많게는 48.1%(조선)까지 수출이 줄었다. 기계 석유화학 섬유 자동차 전자통신 분야에서만 105조3000억 원의 긴급 유동성이 필요하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발생할 산업구조 재편은 한국의 주력 산업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라는 점도 강조됐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코로나19 진단키트의 4월 수출이 한 달 전보다 8배나 증가하며 바이오 분야 수출의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상위 10개 기업이 세계시장의 절반(47%)을 차지하는 분야지만, 최근 한국 바이오의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10대 산업 관계자들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설비 221조 원과 연구개발(R&D) 90조 원 등 모두 311조 원 투자계획도 내놓았다. 비대면 판촉의 확산, 급격한 수요 회복 등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를 통해 자동차산업은 2025년 생산 1000만 대와 생산량 순위 5위를, 디스플레이도 2025년까지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에 집중해 세계시장 점유율 70% 달성을 이룬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다만, 산업계는 “투자가 차질 없이 이뤄지려면 정부와 정치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특히 R&D 효율화와 혁신 촉진을 위한 세제혜택 및 조세제도 재검토, 경직적인 노사관계 개선, 노동시간 규제의 유연화, 새 기술 도입을 위한 규제 혁파 등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로 꼽혔다. 예컨대 원격의료가 전통산업과 신산업 간의 대표적인 갈등 사례로 지적되는데 정부와 정치권이 신속하게 이를 해소하면서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영상 축사에서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적 수준의 정보기술(IT)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는 디지털 전환을 선도해야 한다”며 “정부는 ‘한국판 디지털 뉴딜 사업’을 통해 기업들의 노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변종국 기자
#산업발전포럼#포스트코로나#정세균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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