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서 해외로 전세기 띄우려면…[떴다떴다 변비행]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0일 17시 09분


코멘트
동아일보DB
동아일보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국을 오가는 항공편은 물론 하늘 길까지 막혔습니다. 해외 산업 현장 근무나 학업, 사업 등의 이유로 해외에 머무르는 국민들은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이 막혀 고민입니다. 이에 교민 등 해외 체류 국민들을 데려오려는 항공사들의 전세기 운항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 뿐 아니라 에어서울,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도 전세기 행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하십니다. “전세기 띄워서 우리 교민들을 데려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전세기 띄우는 것이 그렇게 어렵나요?”

전세기를 띄우는 건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전세기는 일종의 부정기 노선입니다. 특정 요일과 특정 시간대에 운항하는 정기 노선이 아닙니다. 여행사나 기업들이 대규모 탑승객을 유치해서 띄우는 경우가 전세기의 대표적 사례라 볼 수 있는데요. 항공사들이 특정 기간에만 노선을 운항할 경우도 부정기(전세기) 노선입니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국가가 하늘 길을 걸어 잠그고 있어서 특정 국가에 전세기를 띄우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A라는 나라에 전세기를 띄우려면, A라는 국가가 허락을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으로 허락을 쉽게 안 해주고 있습니다. 혹시 모를 바이러스 전파 때문입니다. 승무원들의 입국도 제한됩니다. 오가는 나라 모두에서 까다로운 방역 기준과 코로나19 점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중국은 다른 도시에서 비행기를 한번 소독을 한 뒤 목적지까지 오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전세기를 띄우려면 먼저 A국가의 공항 운항시간 및 슬롯(공항에서 뜨고 내릴 수 있는 권리)을 확인한 뒤 운항 시간을 정합니다. 이후 한국 정부가 A국가의 항공당국에 운항허가를 신청합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허락을 안 해주면 운항 스케줄을 확정할 수 없습니다. 전세기 운항 허가는 통상 5~7일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운항 허가 기간이 길어질 수도, 반대로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국가와 국가간 외교적인 노력이 좌우를 한다고 보면 됩니다.

이탈리아의 밀라노 지역 교민과 주재원 등이 1일 오후 전세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0.4.01 동아일보DB
이탈리아의 밀라노 지역 교민과 주재원 등이 1일 오후 전세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0.4.01 동아일보DB
최근 이탈리아 교민 수송을 위해 전세기를 띄운 적이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전세기 2편을 요청했는데 이탈리아 정부는 이례적으로 반나절 만에 빠른 승인을 해줬습니다. 반대로 해외 국가에서 한국에 전세기를 띄우겠다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이럴 경우 항공 자유화 지역(도시)이면 지방청에서 허가를 해주고, 비자유화 지역일 경우엔 국토부 허가가 필요합니다.

만약 A 국가에 전세기를 띄우려는 항공사가 A라는 도시(국가)에 처음 간다고 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집니다. 해당 항공사가 처음 가는 곳이면 국토부에서 안전적합성평가를 먼저 받아야 합니다. 한 예로 중국 우한 지역에 전세기를 띄운 건 대한항공이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우한에 취항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발권이나 수속, 각종 조업 등을 위한 인프라가 없고 취항을 하고 있지 않으니 가고 싶어도 전세기를 바로 띄울 수 없었던 겁니다.

전세기 운항까지도 변수가 많습니다. 최근 러시아 정부는 한국에 있는 러시아인들의 고국 수송을 위해 전세기를 띄운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전세기 운항 예정 시간을 몇 시간 앞두고 러시아 정부가 갑자기 전세기를 취소했습니다. 자국민을 데리고 가는 것임에도 말이죠.

그래서 일부 러시아인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수일 동안 노숙을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후 러시아 정부는 한국~러시아 전세기편에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러시아인들을 태워줄 수 있냐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해당 요청을 받은 항공사도 난감했다는 후문입니다. 러시아인들을 태우고 가다가 갑자기 입국 금지를 시켜버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죠.

뿐만 아닙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코로나19로 전세기를 띄울 땐 수익도 최대한 고려를 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임시 편을 띄우는 경우 대게 갈 때는 화물도 승객도 없이 가는 이른바 ‘페리비행’으로 갔다가, 승객들을 다시 태우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갈 때는 화물을 싣고 갔다가 올 때는 여객을 태우고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아일보DB
동아일보DB
항공사 입장에서는 승객을 태울 때에만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항공사의 매출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기는 보통 여행사나 기업, 외교부와 한인회 등이 항공사에 요청을 해서 성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항공사들과 수익 및 비용 부분에 대해 사전에 어느 정도 논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항공사들도 기업이니만큼 소위 ‘땅 파서 장사’할 순 없기 때문입니다.

여행사가 현지에서 체류객들을 모아서 항공사에 전세기 요청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호주에서 여행사가 한국으로 전세기를 띄운 적이 있는데요, 여행사가 제시한 편도 비용은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편도 요금 보다 약 40만~60만 원 정도 비싸게 형성됐습니다. 갈 땐 빈 비행기로 가야 하는 항공사들의 비용 보전을 위해 항공료가 높게 형성됐던 겁니다. LCC를 기준으로 동남아를 왕복하는 비용이 6000만~7000만 원 수준입니다. 평소 같으면 그 이상의 수익을 내야만 전세기를 띄울 겁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전세기를 띄우는 항공사들은 유류비 등 고정 비용 정도만 나와도 전세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간혹 전세기를 띄우는 항공사들에 “왜 이렇게 비싸냐” “왜 자주 안 띄우느냐?”는 볼멘소리를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코로나19 위기에 항공사들이 전세기를 띄우는 건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비용이 더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안전한 귀국을 위해서 국적항공사로서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의미도 크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