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원유전쟁 길게 끌기 어려운 몇가지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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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
국제유가가 2016년 2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1∼6월) 원유 초과공급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OPEC플러스(석유수출국기구와 10개 주요 산유국 협의체) 회의 결렬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공급 확대 우려도 높아졌다.

2014년 6월부터 2016년 2월까지 20개월 동안 75.6% 하락한 것처럼 국제유가 급락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14년 신흥국의 경기 침체와 달러 강세로 원유 수요는 빠르게 둔화됐다. 그럼에도 OPEC 회원국들은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을 막고자 2016년 2월까지 증산을 통한 저유가를 유지했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2014년과 달리 올해 2분기(4∼6월)에 저점을 확인한 후 반등할 것이라고 본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면 원유 수요가 회복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에 준하는 정책을 발표했으며, 각국 정부도 재정확대 규모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2분기 중 수요 확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유가전쟁도 장기전은 어렵다. 저유가에 대한 사우디의 부담은 과거에 비해 높다. 사우디의 재정적자 수준은 2014년에 비해 높고, 사우디의 국가경제개발계획(비전 2030) 실행을 위해서는 재정수입이 늘어나야 한다. 또한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주가가 유가와의 상관성이 높고 아람코의 추가 상장을 고려하고 있어 사우디 입장에서 저유가의 장기화는 부담스럽다. OPEC플러스 회의 결렬 후 사우디는 4월 원유생산량을 일일 1230만 배럴로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사우디의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숫자다. 사우디가 단기간 내에 러시아를 재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

러시아가 재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가능성도 높다. 미국 셰일오일에 타격을 주려는 러시아의 의도와 달리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셰일오일 업체들은 이미 저유가에 대비를 한 상황이다. 여기에 시추가 되었지만 채굴을 시작하지 않은 미완결유정(DUC)을 가동하면 생산을 늘릴 수 있다. DUC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27∼37달러 수준이다. 유가가 러시아의 손익분기점인 25달러를 장기간 밑돌면 여유 생산능력이 사우디보다 적은 러시아는 장기전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셰일오일 업체들의 도산을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회복을 위해 최대치의 전략비축유 확보를 지시했다. 2018년 말 유가 상승을 제어하기 위해 정치적 개입을 했듯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와 러시아를 압박하거나 중동 제재를 강화하는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최근 유가의 극적인 하락을 냉철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
#유가전쟁#코로나19#국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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