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油價 장중 20% 치솟아… 트럼프 “비축유 방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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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드론 테러에 시장 출렁… 1970년대 ‘오일쇼크’ 재현 우려 커져
장기화땐 제조업 등 세계경제 타격
정부도 “필요시 비축유 방출 검토”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생산시설이 예멘 시아파 반군의 공격으로 파괴되면서 국제유가가 장중 20% 가까이 치솟았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1970년대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줬던 ‘오일쇼크’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석유 수입의 약 30%를 사우디에서 들여오는 한국은 수급 악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국내 유가 급등 시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6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장 초반 배럴당 11.73달러 오른 71.95달러에 거래됐다. 석유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직전 거래일보다 유가가 19.5% 급등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략비축유 방출을 승인하며 원유 공급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상승 폭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9% 가까이 오른 66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장 초반 17% 오른 배럴당 64달러 선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사우디 석유시설 파괴와 관련해 트위터에 “필요하다면 시장의 공급을 잘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양의 원유 방출을 승인했다”고 했다. 이어 16일에는 “미국은 중동의 석유나 가스가 필요하지 않지만 우리의 동맹은 돕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전략비축유 카드를 꺼낸 것은 사우디 석유시설 복구가 지연되고 중동지역 정세 불안이 이어져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1차 오일쇼크 이후 유가 공급 충격에 대비해 원유를 비축해 왔다. 비축량은 약 6억4500만 배럴 규모로 추산된다. 미국은 1991년 이라크전 개전 직후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2011년 6월 아랍의 봄 사태 등 3차례에 걸쳐 전략비축유를 방출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유가 급등이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원유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BCA리서치의 밥 라이언 수석 원자재 및 에너지 전략가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대 규모의 공급 충격이 발생했고 세계는 미국 전략비축유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며 “공급 부족이 며칠이 아닌 몇 주간 이어질 경우 시장은 매우 경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상승 때문에 기업 투자가 위축되고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미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17일 복구 상황에 대한 발표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완전한 생산 능력을 회복하는 데는 최소 몇 주가 걸려 당분간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도 전했다.

미국은 셰일혁명 이후 독자적인 산유국 지위를 유지해 중동발 원유 리스크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 반면 사우디 생산 원유의 절반가량을 수입하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는 원유 수급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급 불안 여파로 국내 유가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측과 ‘석유 수급 및 유가 동향 점검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국내 유가가 당장 큰 영향을 받진 않겠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 수급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가 출렁일 경우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약 2억 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번 드론 공격으로 수입에 차질이 생긴 원유 규모는 하루 기준 약 40만 배럴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우디가 아닌 다른 산유국에서 대체 물량을 확보하고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해 수급 안정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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