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운용 “이랜드만 같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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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운용 전담부서 설치… 안정적이고 고수익 펀드 추천
6개월마다 사업자 평가, 수수료 등 서비스 경쟁 촉진


“퇴직연금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23일 “매년 꼬박꼬박 챙겨 가는 수수료에 걸맞은 서비스를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제공하도록 퇴직연금사업자들을 독려하는 기업은 이랜드그룹이 거의 유일할 것”이라면서 이렇게 귀띔했다. 금융권에서 이랜드그룹의 깐깐한 퇴직연금사업자 관리가 회자되고 있다.

현행 퇴직연금제도는 퇴직연금사업자로 선정된 금융회사들이 운영을 대신해 주고 회사가 이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2012년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이랜드그룹의 퇴직연금사업자는 6월 말 현재 14곳. 가입자는 17개 계열사 임직원 4800여 명. 나머지 5000여 명은 과거 퇴직금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랜드의 퇴직연금 운영이 돋보이는 것은 재무팀이나 인사팀에서 관리하는 다른 회사와 달리 전담 부서가 있어서다. 이름도 생소한 그룹 AWM투자부다. 2001년 신설 때부터 부서를 이끌어온 최정기 부장(사진)은 “AWM이란 동료 임직원(associate)의 부(wealth)를 관리(management)해주는 부서”라며 “박성수 회장의 관심사인 ‘직원들 부자 만들기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반기에 한 번씩 퇴직연금사업자들을 평가하는 것도 이랜드만의 특징. 평가 결과를 공개해 사업자 간 서비스 경쟁을 촉진하고 가입자들이 더 좋은 사업자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려는 차원이다. 6월 말 평가에서는 사업자 4곳의 등급이 밀렸고, 2곳이 새 사업자로 선정됐다.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5개사는 가입자 대상 상담을 잘해 주고 있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DC형 퇴직연금은 가입자 스스로 적립금을 운용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 지식이 없는 일반 가입자가 복잡하고도 다양한 금융상품 중에서 좋은 상품을 선택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AWM투자부에서는 이런 현실을 감안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펀드를 추천하고 있다.

회사가 퇴직연금 상품을 추천하는 경우는 드물다. 손실 발생 시 자칫 법적 공방으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랜드에서는 노사 간 신뢰를 바탕으로 일부 사업자의 장삿속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차원에서 추천하고 있다. 최 부장은 “일부 사업자는 가입자의 이익을 우선하기보다는 동일 계열 자산운용사가 출시한 펀드를 추천하는 경향이 있어 아쉽다”면서 “가입자들이 장기적으로 정기예금 이자보다 2∼3배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을 추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이랜드#퇴직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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