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제품 불매운동에… 토종기업 주가 반짝 상승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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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미 이달 들어서만 36% 급등… 신성통상-하이트진로도 긍정 효과
일부 기업들은 ‘애국심 마케팅’… “실적 장담 못해 투자 신중해야”

“모나미 주가 상승 이유가 뭔가요?”

4일 주식 정보를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포털 사이트 증권 정보방에는 한국 문구회사인 모나미에 대해 묻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평소 언급량이 거의 없던 국내 문구회사 모나미의 주가가 급상승하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것이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서로 댓글과 게시글을 통해 일본 물건 불매운동 분위기를 타고 ‘애국 테마’가 뜨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마주로는 문구, 의류, 콘돔 제조업체 등이 거론됐다.

일본 정부의 한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 핵심 부품 수출 규제로 시작된 무역갈등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번지면서 해당 품목의 대체재가 되는 국내 업체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불매운동에 따른 반사이익이 실제로 실적에 반영될 수 있을지 불투명해 분위기에 휩쓸린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주엔 특히 일본 제품 선호도가 높았던 문구류와 의류, 콘돔 업체 등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일 종가 기준 국내 대표 볼펜 생산업체인 모나미의 주가가 전날보다 6.02% 오른 3525원으로 마감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한 1일과 비교해선 935원(36.10%) 오른 수치였다.

모나미의 상승세는 일본 볼펜 불매운동과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브라, 제트스트림 등 일본산 볼펜들을 대체할 수 있는 국내 기업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제조유통일괄형(SPA·일명 패스트패션) 브랜드 탑텐(TOPTEN10)과 올젠(OLZEN), 지오지아(ZIOZIA)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의류기업 신성통상의 주가도 이달 들어 16.36% 올랐다. 유니클로, 지유(GU) 등 일본 스파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 분위기가 반사이익을 가져다 줬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들이 일본 기업 대신 판매상품이 유사한 국내 브랜드로 눈길을 돌릴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일본 기업의 점유율이 높은 콘돔과 맥주 등의 업종에서도 토종 기업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국산 콘돔 생산업체인 바이오제네틱스와 주류제조업체인 하이트진로는 지난주에 9.11%, 7.39% 오른 6940원, 2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일부 토종 기업들은 최근 반일 기류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모양새다. 이랜드월드는 SPA 브랜드 ‘스파오’와 ‘로보트 태권브이’가 협업한 반팔 티셔츠, 에코백을 이달 중 온라인몰을 통해 출시한다. 신성통상의 탑텐은 티셔츠에 광복을 맞은 해인 ‘1945’, 김구 윤동주 등의 작품 글귀를 영어로 새긴 상품을 내놓았다.

이렇듯 일본 제품 불매운동 확산으로 그동안 일본 기업에 밀리던 국내 기업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과 직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모나미#일본 제품 불매운동#토종 기업#주가 상승#애국심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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