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신화 이룬 ‘캡틴’… 正道경영 50년 대항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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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원양어선 실습선원 시작… 세계서 가장 고기 잘잡는 선장 명성
1969년 1000만원으로 창업… 역발상 투자로 대기업 일궈

1935년 전남 강진군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우리나라 최초 원양어선이었던 ‘지남호’의 실습 항해사였다. 7남 4녀 중 장남인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서울대 장학생을 마다하고 당시 부산수산대 어로학과에 입학해 ‘목숨을 잃어도 좋다’는 각서를 쓴 뒤 실습 선원이 됐다. 3년 만인 26세 때 실력을 인정받아 선장이 된 그는 약 10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고기를 잘 잡는 선장 ‘캡틴 제이 씨 킴(Captain J. C. Kim)’으로 명성을 얻었다.

원양업계에서 쌓은 실력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그는 1969년 1000만 원의 자본금으로 동원산업을 창업했다. 이후 김 회장은 역발상으로 회사를 크게 일궜다. 1973년 오일쇼크로 유가가 치솟을 때 오히려 공격적 투자를 단행한 것. 김 회장은 명태잡이 및 가공수출을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인 4500t급 공모선(선내에 가공 공장 시설을 갖춘 선박)을 건조하기로 했다. 이때 무려 1254만 달러(약 142억 원)를 일본 미쓰비시상사에서 빌렸는데 이 금액은 당시 동원산업의 전체 자산보다 많은 액수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김 회장은 미국 최대 참치캔 회사인 ‘스타키스트’를 인수했다. 그는 선장으로 일할 때 기름을 제대로 살 돈이 없어 스타키스트로부터 조업 비용을 빌려 참치를 잡곤 했다. 30년 만에 자신에게 돈을 빌려줬던 그 기업을 자기 손으로 사들인 것이다. 김 회장은 이를 50년 경영 인생에서 가장 감격했던 순간으로 꼽는다.

김 회장은 원양업으로 시작해 수산 가공(동원참치), 식품(동원F&B), 포장(동원시스템즈), 물류(동부익스프레스), 금융(한국투자금융그룹) 등 사업 다각화에 성공하면서 동원그룹을 매출 7조2000억 원, 재계 45위(지난해 공정위 기준)까지 키웠다.

‘성실한 기업 활동으로 사회 정의를 실현한다’를 창업 정신으로 삼고 경영해온 김 회장은 ‘정도(正道) 경영’ 기업인으로 꼽힌다. 특히 1991년 장남인 김남구 부회장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62억3800만 원의 증여세를 자진 납부한 것은 화제를 모았다. 당시 국세청은 “세무조사로 추징하지 않고 자진 신고한 증여세로는 김재철 회장의 62억 원이 사상 최대”라고 밝혔다.

김 회장 퇴진 이후 동원그룹 경영은 큰 틀에서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이 김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끌게 된다. 장남인 김남구 부회장은 금산분리 일환으로 계열 분리한 한국투자금융그룹을 맡고 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참치신화#원양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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