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만 다가오면 슬금슬금 ‘올빼미공시 주의보’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4일 0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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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5일간의 긴 황금연휴에 들어서자 ‘올빼미 공시’가 또다시 나타났다. 지난해 연말 증시 폐장을 앞두고 쏟아졌던 악재성 공시가 설 연휴에도 등장한 것이다.

올빼미 공시란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주요 내용을 금요일 장 마감 후, 연휴 전 거래 마감 후에 올리는 공시를 뜻한다. 보통 주가를 떨어뜨릴 만한 악재성 공시를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어진 시기에 올려 주가 하락을 피하려는 의도다. 또한 긴 휴일을 방패 삼아 공시로 인해 끼칠 영향을 약화하려는 목적도 담겨 있다.

지난 1일 본격적인 설 연휴의 시작을 앞두고 기업들은 장 마감 후 퇴근 시간 무렵에 악화된 실적이나 주요 경영사항을 뒤늦게 올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일진전기는 오후 4시14분 지난해 영업실적을 공시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당기 순이익은 전 사업연도보다 584% 악화된 142억6000만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일진전기는 “우발 채무 발생으로 당기 순이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유진증권 역시 장 마감 후 악화된 실적을 공시했다. 이 회사는 전년 대비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율촌화학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6%, 당기순이익은 46% 줄어들며 반 토막 났다.

웅진은 자회사 웅진진씽크빅이 타법인 주식 양수 대금 마련을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1000억원을 차입했다고 공시했다. 총 단기차입금은 1900억원으로 늘었다.

이 밖에도 SK에너지, 아세아시멘트, 삼양홀딩스, KPX홀딩스, 일진전기 등이 악화된 실적을 장이 마감한 후 공시했다.

유가증권시장뿐 아니라 코스닥시장에서도 올빼미 공시는 계속됐다.

나스미디어는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장 마감 후 발표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 감했으며, 당기 순이익 또한 같은 기간 41% 줄어들었다.

나우아이비캐피탈 또한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 순이익 등이 모두 전년 대비 절반 수준도 안 되는 실적을 장이 닫힌 후 공시했다.

또 인트로메딕, NE능률, 버킷스튜디오, 동운아나텍, 모두투어, 이화공영, 서호전기, 아바텍, 한탑, 이노와이어리스, 디스플레이텍 등이 악화된 실적은 장 마감 후 발표했다.

이 밖에도 메디포스트는 장이 닫힌 후 화장품 사업과 관련한 일체의 사업부를 양도한다는 공시를 올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로부터 주권매매거래정지 처분을 받았다.

수많은 기업이 주가를 보존하기 위해 투자자들과 주주들의 눈을 피해 악재성 공시를 올리지만 이를 제도권 내에서 규제하기는 불가능하다. 지연공시에 대한 고의성을 따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가 하락을 피하기 위한 올빼미 공시가 기업이 의도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오히려 투명 공시를 하는 것이 기업 이미지 제고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올빼미 공시는 항상 반복해왔던 문제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기업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주주들을 통해 불량 공시 행태는 기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이미지만 악화시킬 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기 어렵다는 게 경영진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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