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숙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 이사Q. 50대 자영업자 박모 씨는 10만 달러를 ‘수시 입출금식 외화예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2년 전부터 조금씩 분할해서 달러를 사뒀다. 하지만 그동안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외화예금에서 손실을 보다가 최근 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서 원금을 회복했다. 박 씨는 현재 달러 예금을 처분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외화예금 외에 다른 금융자산은 대부분 주식형펀드에 묶여 있고 이 중 국내 주식 비중이 가장 크다.
달러 예금을 처분하기 전에 고민해야 할 게 있다. 바로 달러 투자의 목적이다. 환차익을 위해 달러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매입, 매도 단가와 시점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금융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환차익보다는 자산 포트폴리오의 다각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달러를 언제, 얼마에 사는가보다 왜, 얼마나 사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올 들어 미국 국채금리 상승, 미중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됐다. 최근에는 나 홀로 상승세를 이어왔던 미국 증시마저 기술주 중심으로 급락세를 보였다. 증시 변동성이 이처럼 확대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배경은 현재 세계 경제가 경기 사이클 후반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경기 확장 국면이 지금까지 지속돼 오다가 현재 정점, 변곡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도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갈수록 그 빈도와 정도는 더 커질 수 있다.
투자자들이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산 다각화를 통해 변동성을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투자 자산과 지역, 통화를 모두 다각화할 것을 권한다. 주식 같은 위험자산뿐 아니라 채권, 멀티애셋, 대안자산처럼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자산도 편입해야 한다. 또 한국, 중국 외에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식에도 관심을 갖는 지역 다변화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원화 자산은 물론이고 달러 등 외화 자산의 비중을 확보하는 통화 다각화도 중요하다.
특히 지금의 시장 환경에서는 통화 다각화를 더 눈여겨봐야 한다. 한국 주식시장과 원-달러 환율 간의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이다. 중간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특성상 한국 증시는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성향을 가장 빠르게 반영한다. 반대로 경기 둔화, 하강 국면에서는 변동성도 빠르게 확대된다.
이때 글로벌 통화 중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는 한국 증시와 반대로 움직인다. 현재 대부분의 금융자산을 한국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는 이 고객은 자산의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달러 자산을 계속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10만 달러를 모두 달러 예금에 묻어두기보다는 다양하게 활용하는 게 좋다.
달러 자산을 활용하는 방법으로는 달러 예금, 역외펀드, 달러 주가연계증권(ELS), 상장지수펀드(ETF), 해외 채권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달러 예금은 수시입출금식 예금과 정기예금 모두 눈여겨볼 만하다. SC제일은행은 연말까지 1년 만기 외화정기예금을 특별금리(연 2.9%)에 판매하고 있다.
역외펀드는 환매 시점에 발생한 이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되는 장점이 있다. 현재 시장 환경을 감안하면 역외펀드와 ETF는 채권형이나 채권혼합형의 안정적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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