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3분기 실적 ‘어닝쇼크’…한국 자동차산업 위기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6일 22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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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 산업의 대표주자인 현대·기아자동차가 3분기(7~9월) 실적발표에서 ‘어닝쇼크’를 기록한 데다 나머지 완성차 업체들도 실적이 부진하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망조차 밝지 않아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26일 3분기 실적을 매출 14조743억 원, 영업이익 1173억 원으로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 4270억원 영업적자였지만 올해는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흑자전환에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 지난해 3분기는 통상임금 소송 패소에 따른 비용이 반영돼 적자를 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2016년 3분기 영업이익 5248억 원에 비하면 77.6%가 줄었고, 올해 2분기(3526억 원)에 비하면 66.7%가 줄었다. 2000억 원대를 예상한 시장 전망치에도 한참 못미친다.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도 실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이날 쌍용차도 매출 9015억 원, 영업손실 220억 원의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1%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26.4% 증가했다. 공적자금 8100억 원이 투입된 한국GM은 여전히 경영정상화까지 갈 길이 멀다. 르노삼성도 9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1년 전과 비교해 16.1% 줄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게 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쟁력 제고 실패’를 꼽는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일본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공급망 문제 등으로 한국 자동차에 기회가 왔고 도약할 수 있었다. 그 당시부터 실제 성장하긴 했는데, 국내 업체의 자체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오인하면서 연구개발(R&D)을 소흘히 했다”고 말했다.

전략적으로 시장을 읽지 못했고, 신시장 개척에 소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고급자동차 위주로 바뀌고 있는 세계 자동차 시장 움직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가격대비성능(가성비) 위주의 차는 중국 등 후발 주자에 밀렸다. 한국GM의 경우 경차 판매량이 급감하는데 대체 차종을 찾지 못하고 내부 혁신에 실패하면서 현재 위기를 맞은 측면이 크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한국 자동차는 신시장을 개척하며 고성장했다. 지금이라도 동남아시장 등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신차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인건비를 낮춰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해법일 수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단기 실업을 우려하다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인력구조조정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빠르게 높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는 ‘노조 반발 때문에 어림도 없다’는 분위기다. 임금 동결조차 어렵다는 얘기다.

완성차 위기는 부품사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6일 현대모비스는 3분기 매출 8조4273억 원, 영업이익 4622억 원으로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3.9%, 영업이익은 15.1% 줄었다. 현대위아는 3분기 매출 1조9221억 원, 영업이익 96억 원으로 매출은 0.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6.2%나 감소했다.

특히 중소 부품사들은 주52시간,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쳐 인건비가 20~30% 증가했다며 울상이다. 최근 2, 3차 협력사가 폐업하거나, 업종 전환을 하는 곳이 늘고 있다는 게 중소 부품업계의 설명이다.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 2만5000여개 중 30~40%가 2, 3차 협력사에서 나온다. 이들의 이탈은 완성차 품질 및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고문수 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무는 “해외업체들은 설비를 꼼꼼히 본다.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면 좋은 설비를 갖춰야 하는데 상당수 중소 부품업체들은 당장 만기 도래한 대출 갚기도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부품사들이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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