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4세 실업자 34만명… 외환위기이후 최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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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실업률 6.4%… 3년 연속 상승
“인턴-계약직 취업도 힘겨워”


올 2월 대학을 졸업한 김모 씨(24·여)는 매일 아침 휴대전화로 채용 공고를 검색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졸업 후 6개월이 지났지만 기업들의 채용 인원이 너무 적고 신입이 아닌 경력직을 뽑는 곳이 많아 번번이 허탕이었다. 김 씨는 “학생 때를 포함하면 6년간 취업 준비를 한 셈인데 인턴십이나 계약직 문턱도 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인 젊은층의 실업률이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단계부터 좌절하는 사람이 늘면서 경제 전반의 역동성이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이 22일 내놓은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5∼34세 실업자는 33만8000명으로 7월 기준 1999년(43만4000명) 이후 19년 만에 가장 많았다. 7월 기준 25∼34세 실업자는 2014년 30만5000명에서 2015년 28만5000명으로 소폭 줄었지만 2016년 31만9000명으로 늘어난 뒤 올해까지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5∼34세 실업률은 6.4%로 해당 연령대의 7월 기준 실업률로는 1999년(7.2%) 이후 최고였다. 젊은층의 7월 실업률은 2014년 5.5%에서 2015년 5.2%로 안정세를 보이다가 2016년 6.0%로 급등한 뒤 줄곧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5∼34세 취업자는 통계청이 분류하는 15∼29세 청년층에 비해 연령대가 높아 공식 청년실업률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뒤 구직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젊은 층이 많이 포함돼 있는 만큼 사회초년생들의 고용상태를 잘 보여준다.

고학력 실업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 4년제 대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실업자는 34만8000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았다.

정부는 인구 증가에 따른 구직경쟁 심화, 경제 부진으로 인한 일자리 수요 감소, 청년층과 사업주 간의 일자리 미스매치 등이 겹쳐 젊은층의 실업이 악화되고 있다고 본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기업이 사람을 뽑지 않고 중소기업의 임금이 정체되며 청년층이 원하는 일자리와 기업의 일자리 수요가 어긋난다는 것이다.

지난달 고용동향에서 일자리 시장의 허리인 40∼49세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4만7000명 줄어든 데 이어 청년층의 취업난도 심화하며 일자리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혁신성장을 통해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수소차 스마트공장 등 정부 주도로 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늘리려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 등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실업률#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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