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프리미엄車 조명 공격투자… 미래먹거리 ‘헤드램프’ 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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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조명업체 ZKW 1조4000억에 인수… ZKW, 벤츠-폴크스바겐 등에 납품
LG 車통신기술과 결합땐 시너지
도로 상황 고해상도로 보여주는 ‘인텔리전트 라이팅’ 자율차 성큼
LG전자 1분기 영업익 1조1078억… 9년만에 최대, 1분기 역대 최고

LG는 인수합병(M&A)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50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적이 없다. 2010년 LG생활건강이 4667억 원에 더페이스샵을, LG화학이 4245억 원에 동부팜한농을 인수한 것 등이 가장 큰 거래 규모였다. LG전자가 진행한 M&A 중에서는 2011년 칠러 등 대형 공조기기 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LS엠트론 공조시스템 사업부문을 1503억 원에 인수한 게 가장 대규모였다.

역대 최대 규모 M&A의 결승선을 통과하기까지 LG전자는 약 2년간 공을 들였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와 ZKW는 2016년 상반기부터 전장사업 분야에서의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해 왔고 약 1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단독 인수 협상을 시작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ZKW에 눈독을 들이는 여러 업체의 인수 제안이 있었겠지만 기존에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별도의 경쟁 입찰 과정 없이 LG전자 단독으로 인수 협상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번 ZKW 인수로 LG전자는 전장 사업 확대에 날개를 달게 됐다. 특히 LG전자 VC사업본부에는 없던 헤드램프 사업 역량을 갖추게 됐다. ZKW가 축적해온 헤드램프 기술 노하우와 LG전자의 차량 통신,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등이 결합될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ZKW가 개발 중인 1000픽셀 수준의 고해상도 매트릭스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와, LG전자가 보유한 초고속 차량용 통신기술, ADAS 카메라 등의 분야가 결합되면 노면에 도로 상황, 경고 등을 고해상도로 보여주는 ‘인텔리전트 라이팅’ 솔루션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세계 헤드램프 시장이 2016년 168억 달러에서 2020년 207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LG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네트워크도 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ZKW는 주로 유럽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해왔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M&A로 LG전자가 기존에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는 세계 완성차 업체들도 헤드램프를 비롯한 차세대 인텔리전트 라이팅 솔루션의 고객이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전장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공격적인 투자와 관련 업체들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전장사업 투자 금액은 2015년 2072억 원에서 지난해 5557억 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1조6411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3년 새 투자액을 약 8배로 늘리며 전장사업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미국 디트로이트에 전기차 부품 공장을 설립한 데 이어 퀄컴과 V2X(Vehicle To Everything·차량과 모든 개체 간 통신) 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소를 설립했다. 올해도 고정밀 지도 업체 ‘히어’, 미국 항공기 및 차량용 보안 기업 ‘하니웰’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자율차 관련 솔루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LG전자는 이날 1분기(1∼3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15조1230억 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2% 증가한 1조1078억 원을 기록했다고 26일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1분기 기준으로 최대이고, 영업이익은 2009년 2분기 이후 최대다.

특히 H&A사업본부(가전)와 HE사업본부(TV)는 동시에 두 자릿수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냈다. H&A사업본부의 매출은 4조9239억 원, 영업이익은 5531억 원이다. HE사업본부의 매출은 4조1178억 원, 영업이익은 5773억 원이다. 두 본부의 영업이익을 합쳐 1조 원이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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