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들 목돈 만질 기회”… 한탕 노리는 2030 코인좀비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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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 거래 10명에게 물어보니

《박모 씨(28)는 9급 공무원이다. 지난해 임용된 신입이다. 한창 행정업무를 배우고 익힐 때다. 하지만 그가 ‘열중’ 하는 곳은 따로 있다. 바로 ‘코인’이다. 여러 종류의 가상통화(가상화폐)를 통칭하는 단어다. 박 씨는 거의 ‘코인 좀비’다. 자신이 참여한 ‘코인 단톡방(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4개를 수시로 들여다본다. 또 거래소에 접속해 실시간 가상통화 시세를 확인한다. 》


지난해 5월 그는 마이너스통장에 있던 1000만 원으로 가상통화에 투자했다. 하루 만에 600만 원을 잃었다. 6개월 후 손실은 70만 원으로 줄었다. 10일 현재 박 씨의 수익은 약 5000만 원이다. 9급 공무원 연봉(1호봉 기준 약 1888만 원)의 세 배 가까운 돈을 3개월 만에 벌었다.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가상통화에 투자할 것이라는 박 씨는 “기성세대가 부동산 투기하는 것과 같은 거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2030세대의 가상통화 투자 열풍이 심상찮다. 10일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 ‘빗썸’과 ‘업비트’에 따르면 이용자의 60∼70%가 2030세대다. 물론 일확천금을 노린 청년도 있다. 하지만 ‘종잣돈’으로 결혼 준비나 내 집 마련 등 ‘목돈’을 마련하려는 사회 초년생도 상당수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현재 가상통화에 투자한 2030세대 10명을 대면 또는 전화로 인터뷰했다. 10명 모두 “가상통화는 투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물려받을 재산이 없는 흙수저가 재산을 불릴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부모와 조부모 세대가 “그래도 부동산밖에 없다”고 말한 것과 판박이였다.

석모 씨(31)는 지난해 12월 4000만 원을 투자했다.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2500만 원가량 벌었다. 석 씨는 “아파트 사서 부자 되는 건 나에게 꿈같은 이야기다. 리스크(손실 위험)를 각오한 사람 사이 거래라 부동산 투기처럼 남한테 피해 주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허모 씨(27)는 지난해 말 50만 원을 투자했지만 20만 원의 손실을 봤다. 허 씨는 “도박과 비슷하지만 진짜 도박처럼 내가 100만 원 벌면 남이 100만 원 잃는 건 아니다. 오히려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하게 만드는 이 사회가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가상통화 투자에 뛰어든 건 주변에 넘쳐나는 성공담 때문이다. 이들 역시 성공을 꿈꾼다. 하지만 ‘인생 역전’을 꿈꾸며 다걸기(올인)할 투자자는 없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5년 차 회사원 권모 씨(34·여)는 지난해 12월 월세 50만 원짜리 원룸에서 전세금 1억2000만 원짜리 원룸으로 이사했다. 권 씨는 가상통화에 500만 원을 투자해 1년 만에 1억 원 가까이 벌었다. 그는 “3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 받아서 10년 벌어도 1억 원 모으기 힘들다. 수익률 500%를 기록하며 5600만 원을 번 장모 씨(30)도 “결혼자금 마련하느라 자동차는 생각도 못했는데 코인 덕분에 소형차를 샀다”고 말했다.

이들은 ‘가상통화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안전한 투자를 위한 규제 강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모 씨(30)는 “주식은 정보 비대칭, 부동산은 자본 불평등이 발생하지만 코인은 ‘동전 값’으로 ‘지폐’나 ‘수표’를 벌 수 있는 가장 민주적이고 평등한 투자 수단이다. 안전한 투자를 위해서도 오히려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윤솔 기자
#비트코인#가상통화#가상화폐#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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