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사외이사 대거 임기만료… 노조 ‘근로자 추천’ 움직임

  • 동아일보

4대 금융지주 28명 중 24명 3월 만료
신한-KB 노조, 후보자 추천 예정… 하나 노조는 재신임 요구 방침
우리 노조, 지주사 전환후 추진
임금인상 등에 의결권 활용 가능성… 전문가 “경영 효율성 저해 우려”

올해 3월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임기가 대거 만료되는 것을 앞두고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 자문기구로 활동하던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민간 금융회사들에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을 검토하라고 권고한 것이 촉매제가 됐다. 근로자 추천 이사제는 노조나 근로자가 외부 전문가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제도다. 친(親)노조 성향의 정부에 발맞춰 경영에 개입하려는 금융권 노조의 입김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금융권 노조, 사외이사 후보 추천 박차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KB 하나 NH농협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28명 중 24명의 임기가 3월 끝난다. 이에 금융지주 노조들은 기존 사외이사를 재검증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려고 나섰다.

신한금융 노조는 3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기 위해 다음 달 지주와 은행에 노조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KB금융 노조도 3월 주총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기 위해 후보자를 물색 중이다.

하나금융 노조는 이달 중 사외이사들에 대한 재신임을 요구할 방침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3월 끝나는 만큼 김 회장이 선임한 사외이사들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구조가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KEB하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에 김 회장의 인사 비리, 부실 대출, 내부 거래 의혹 등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은 지난달 29일 지분 공시를 통해 “현재는 단순 투자 목적이지만 향후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해 회사 지분을 보유한다”고 밝혔다. 박필준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당장은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주사 전환에 성공하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조만간 회사별 대표자 회의를 열고 근로자 추천 이사제 추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 “투명성 위해 필요” vs “지나친 경영 간섭”

노조의 입김이 거세진 데는 혁신위 권고의 영향이 컸다. 지난달 혁신위는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도록 주주 제안권을 활성화하고,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도입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윤석헌 혁신위원장은 “최고경영자(CEO)가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이들이 현 CEO를 재선임해 ‘셀프 연임’을 하고 있다”며 “지배구조를 투명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다 2016년부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의결권 지분이 0.1% 이상이면 주주 제안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근로자 추천 이사제가 경영 효율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노조가 임금 인상 등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려는 수단으로 이사회 의결권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사들이 노조를 의식해 구조조정 같은 민감한 경영 사안에 대해 제대로 토론조차 못 할 수 있다”며 “근로자 추천 이사제와 유사한 노동이사제(노동자 대표가 경영에 참여)를 도입한 독일도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회사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했을 때 현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이사제 방향에 맞춰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KB금융 노조가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를 사외이사로 추천했을 때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강유현 yhkang@donga.com·김성모 기자
#금융#근로자#노조#사외이사#임기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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