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구입-통신사 선택 ‘따로’… 유통구조 격변 예고

  • 동아일보

단말기 완전자급제 9월 국회발의
휴대전화-요금제 판매 분리… 1인당 月6000~1만2000원 인하 효과
장려금 수익 감소 영세대리점 반발… 유통업계 이해조정 난제로 남아

문재인 정부가 통신비 인하를 추진하는 가운데 휴대전화 단말기 완전자급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보조금으로 왜곡된 이동통신 유통 시장을 바꿔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지만, 전국 2만여 곳에 이르는 이동통신 대리점이 크게 반발해 난관이 예상된다.

3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실시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마련해 다음 달 대표발의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다음 달 초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20%→25%)이 이동통신사의 반발에 부닥치자 통신비 인하를 위한 대안으로 이번에 법안 발의를 추진하게 됐다. 김 의원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보다는 업체들의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이동통신사가 직접 휴대전화 단말기를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다. 휴대전화 단말기를 판매하는 대리점과 통신서비스를 판매하는 이동통신사로 분리된다. 기존에는 특정 이동통신사에서 휴대전화 단말기와 요금제를 함께 선택해 가입했지만, 이와 같은 제약이 사라지게 된다. 이동통신사가 휴대전화 단말기와 통신 서비스를 함께 판매하며 소비자들이 보조금을 많이 주는 곳으로 쏠리는 관행을 개선해 요금이나 서비스의 질을 통한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소비자는 인터넷과 단말기 판매점 등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휴대전화 단말기를 산 뒤 이동통신사에서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선택해 가입하면 된다. 이에 따라 단말기 지원금을 많이 받기 위해 고가의 요금제를 선택하는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단말기 가격과 요금제의 구조를 쉽게 인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실은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이동통신사가 보조금으로 지급했던 마케팅비가 줄어들어 연간 2조 원 수준의 통신요금 인하 여력이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국내 한 이동통신사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하면 소비자 1인당 매월 6000∼1만2000원의 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제조사 단말지원금 공시를 의무화하고 이동통신사나 제조사의 과도한 장려금 지급이 금지된다. 이동통신사는 서비스 대리점에, 제조사는 단말기 판매점에 사전에 정해진 범위에서만 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다.

개정안은 휴대전화 유통업체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영세 대리점에 한해 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을 동시에 취급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동통신사가 운영하는 직영점과 달리 영세업자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외 조항을 두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 사업자 위주의 이동통신 대리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1일 성명을 통해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중단해야 한다”며 “정부는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별도의 단말기 공급업자가 제조사로부터 단말기를 구입한 뒤 판매점에 공급할 수 있다’고 규정한 조항도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녹색소비자연대 윤문용 ICT정책국장은 “기존 유통망을 쥐고 있던 이동통신 3사가 관계사를 통해 단말기 공급업에 뛰어들면 기존 유통 구조와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며 “유통체계 단순화로 통신비를 낮춘다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정다은 인턴기자 서강대 국제한국학·커뮤니케이션학과
#휴대전화#요금제#기기 구입#통신사#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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