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주부 박지현 씨(40)는 한 달 전 주변에 녹지가 많은 아파트 단지로 이사했다. 최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탓에 초등학생 두 딸의 아토피가 더 심해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예전에는 하늘이 조금만 뿌옇게 보여도 창문 열기가 두려웠는데 새 아파트로 이사 온 뒤로는 마음껏 환기를 시킬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크고 작은 공원이 많아 매일 아이들과 산책을 나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자랑했다.
13일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1∼3월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 ‘나쁨’(m³당 81∼150μg) 발생 일수는 14일이나 됐다. 지난해에는 2일에 그쳤지만 올해에는 무려 12일이나 늘어났다.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면서 공원과 숲 인근에 위치한 이른바 ‘숲세권’ 아파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숲이 무성한 곳의 미세먼지 농도는 숲이 없는 지역에 비해 평균 10∼2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정도 낮게 나타났다. 나뭇잎이 미세먼지를 흡착·흡수하고 가지와 줄기가 바닥으로 가라앉는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수요자들의 관심은 숲이나 대형 공원이 있는 아파트 단지로 쏠리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전국의 청약 경쟁률 상위 20개 아파트 중 15곳은 지하철역보다는 공원 및 숲과의 거리가 더 가까웠다. 청약자들이 많이 몰려 흥행에 성공했던 △부산 동래구 명륜자이(청약경쟁률 523.56 대 1, 인접공원 동래사적공원) △울산 남구 힐스테이트 수암 2단지(426.33 대 1, 선암호수공원) △부산 남구 대연자이(330.12 대 1, 유엔기념공원)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달에도 숲세권 아파트들이 대거 분양에 나선다. 현대산업개발은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5단지를 재건축한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를 분양한다. 고덕지구에는 샘터공원(5만9752m²), 방죽공원(8만7748m²), 명일공원(64만9709m²), 동명공원(9만9599m²) 등 녹지공간이 풍부하다.
특히 고덕지구에서 면적이 제일 넓은 강동그린웨이 명일근린공원이 단지 맞은편에 있어 주거 환경이 쾌적하다는 게 시공사 측의 설명이다.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이 가까워 교통도 편리하다. 지하 2층∼지상 29층, 전용면적 59∼130m² 규모로 총 1745채 중 723채를 일반에 분양할 예정이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월계2지구를 재건축한 ‘월계역 인덕 아이파크’도 분양에 나선다. 단지 북쪽에 총면적이 66만4905m²에 이르는 초안산 근린공원이 있어 여가 활동을 즐기기에도 좋다. 지하철 1호선 월계역 역세권인 데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들어서는 1호선 광운대역도 한 정거장 거리에 있다. 지하 2층∼지상 30층 7개동, 전용면적 59∼84m², 총 859채 규모로 구성되며 이 중 583채를 일반에 분양한다.
반도건설은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관광문화단지 O1블록에서 ‘일산 한류월드 유보라 더 스마트’ 오피스텔을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36층, 전용면적 23∼57m² 총 924실 규모로 동양 최대의 인공 호수공원으로 알려져 있는 일산호수공원과 가깝다. 또 GTX A노선 킨텍스역(예정)과 지하철 3호선 대화역도 가까워 교통 환경이 편리하다는 설명이다.
롯데건설은 서울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에서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를 분양한다. 주변에 수색산, 불광천, 증산체육공원, 부엉이근린공원, 월드컵공원 등이 있다. 경의중앙선 수색역까지 걸어서 갈 수 있고, 지하철 6호선·공항철도·경의중앙선 환승역인 디지털미디어시티역도 가까워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다.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5층 15개동, 전용면적 39∼114m² 규모로 총 1192채 중 454채를 일반 분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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