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90% 정규직으로 뽑을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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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항공정비 사업’ 단독후보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 가보니

도색 벗겨내니 ‘짙은 은색’ 지난달 26일 경남 사천시 KAI 제2사업장에서 정비를 받고 있는 해군 대잠 초계기 ‘P-3CK’. 사천=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도색 벗겨내니 ‘짙은 은색’ 지난달 26일 경남 사천시 KAI 제2사업장에서 정비를 받고 있는 해군 대잠 초계기 ‘P-3CK’. 사천=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도색을 벗겨낸 비행기 동체는 짙은 은색이었다. 지난달 26일 찾은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제2사업장. 길이 35.6m에 이르는 거대한 비행기가 ‘벌거벗은’ 채로 한쪽에 세워져 있었다. 작업용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 비행기 안에 들어서자 출입구 위에 붙여 놓은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적 잠수함을 잡는 원년.’

○ 50년 넘은 비행기 정비… “구석구석 사람 손으로”

이 비행기는 KAI가 54개월 주기의 대규모 정비를 진행 중인 우리 해군의 대잠 초계기 ‘P-3CK’다. P-3CK는 적 함정과 잠수함을 탐지하는 것이 주 임무다. 이 은색의 알루미늄 동체를 가진 비행기가 처음 만들어진 해는 1966년이다. 미 해군이 1992년까지 운용하다 퇴역시키면서 애리조나주 사막에 있는 이른바 ‘비행기의 무덤’에 보관하던 것을 우리 해군이 2005년 다시 사왔다. 그리고 KAI가 성능을 개량해 2010년 전력화했다. 결국 만들어진 지 50년이 넘은 비행기를 수리하고 있는 셈이다.

이 비행기 1대를 정비하는 데는 24명의 인력이 투입돼 꼬박 6개월이 걸린다. 비행기가 들어오면 우선 외부 도색을 벗기고 각종 부품을 모두 분해한 뒤 상태 검사와 부품 교체 등을 진행한다. 비행기를 원상으로 복구시킨 뒤 지상시험과 비행시험까지 거쳐야 정비가 끝난다. P-3CK는 56개월 주기로 이런 대규모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비행기 안에는 승무원이 올라설 수 있는 바닥까지 모두 제거한 뒤 작업을 위해 나무판 등을 설치했다. 주요 부품을 모두 제거한 비행기 내부엔 알코올 냄새가 가득했다. 낡고 먼지 쌓인 비행기 곳곳을 알코올로 닦아 내기 때문이다. 여러 명의 작업자가 바닥에 주저앉고도 몸을 굽힌 채 비행기 구석구석에 손전등을 비추며 정비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직원 한 명은 아예 비행기 바닥 밑으로 내려가 동체의 안테나 케이블을 정비하고 있었다. 사람 손에 의존하는 작업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조정일 KAI 항공기생산실 성능개량기술팀장은 “항공기 정비는 날개 안에까지 들어가서 손으로 작업해야 한다. 자동화나 기계화가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 "2026년까지 6100개 일자리 창출 효과"

지난달 26일 경남 사천시 KAI 제2사업장에서 KAI 직원이 해군 대잠 초계기 ‘P-3CK’ 내부의 안테나 케이블 수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천=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난달 26일 경남 사천시 KAI 제2사업장에서 KAI 직원이 해군 대잠 초계기 ‘P-3CK’ 내부의 안테나 케이블 수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천=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P-3CK 정비 사례는 KAI가 추진 중인 항공정비(MRO) 사업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한 번 구매하면 수십 년을 쓰게 되는 항공기는 지속적인 점검, 정비가 필요하고 여기엔 다수의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가 2015년 1월 MRO 육성 정책을 발표하면서 KAI와 경남도는 2016년 7월 단독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MRO 전문업체를 설립해 최근 저비용항공사(LCC) 등을 중심으로 급속히 커지고 있는 민간 항공정비 수요를 흡수하고 기체 개량 등으로 MRO 사업 분야를 넓혀가겠다는 계획이다. 올 8월 한국공항공사가 사업 타당성 검토 결과를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KAI는 올해 말까지 MRO 사업을 진행할 업체를 새로 설립하는 등의 사업 계획을 이미 세워 놓은 상황이다.

KAI는 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2020년까지 1700여 개(매출 2300억 원), 2026년까지 6100여 개의 일자리(매출 8300억 원)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연기 KAI 전략기획본부장은 "2026년까지 KAI가 직접 고용하는 1800개 일자리는 90%를 정규직으로 채울 것"이라고 밝혔다. MRO 사업을 진행하면서 회사가 고용하는 인력 대부분을 정규직 직원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항공 MRO는 군 헬기·항공기 수요까지 포함해 앞으로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잠재력이 큰 영역 중 하나다. 다른 산업을 뒷받침하는 연관 산업을 육성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일자리를 늘려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항공산업이 커지면 자연스레 MRO 사업 수요가 생기고, 화장품 산업이 커지면 화장품 포장용기 사업도 성장하듯이 주요 산업과 연관 산업이 만들어 내는 일자리 창출 효과를 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천=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kai 항공#민간 항공정비 사업#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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