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1103은 성공의 숫자”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5일 ‘인보사’ 생산라인이 있는 코오롱생명과학
충주공장을 찾아 이 신약 개발을 마친 소회와 앞으로의 기대감을 말하고 있다. 숫자 ‘981103’은 이 회장이 인보사 사업검토
결과 보고서를 받아본 날짜다. 코오롱그룹 제공
강단에 오른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61)의 목소리가 감격에 겨운 듯 조금씩 떨렸다.
“제 인생의 3분의 1을 투자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잠시 숨을 고른 뒤 그는 말을 이었다.
“스마트폰이 세계인의 생활 방식을 바꿔 놓은 것처럼 ‘인보사(Invossa)’도 고령화 시대 우리 삶을 변화시키기를 기대합니다.”
이 회장은 5일부터 이틀간 전국 사업장 7곳을 돌며 그룹 직원들을 격려하는 ‘스킨십 경영’을 펼치고 있다. 이 회장이 이번 ‘1박 2일’ 일정에서 가장 관심을 쏟는 곳은 바이오 신약인 인보사 출시를 앞둔 코오롱생명과학 충주공장이다. 5일 이곳 대강당에서 넥타이를 풀고 100명이 넘는 직원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는 그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세계 최초로 내놓은 퇴행성관절염 세포 유전자 치료제다. 관절염이 있는 무릎에 직접 약물을 주사한다. 세포 유전자 치료제는 치료 유전자를 인체에 바로 투여해 질병을 치료하는 신약이다.
지난해 국내 임상시험을 통해 인보사를 1회 주사하면 1년 이상 통증이 완화되고 약해진 연골을 보강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인정받았다. 인보사는 마지막 관문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약 품목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인보사 개발 프로젝트가 태동한 것은 1998년 말이다. 창업주 고 이원만의 손자인 이 회장이 40세 젊은 나이에 그룹 총수 자리를 넘겨받은 지 2년도 안 된 시점이었다. 이 회장은 이날 직원들과 함께 ‘나에게 인보사란 무슨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퀴즈쇼 형식의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 ‘981103’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 숫자는 사업검토 결과 보고서를 받아본 날짜다. 인보사의 생일이자 나에겐 성공의 숫자”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1남 2녀를 둔 이 회장은 “인보사는 내 네 번째 아이”라고 말하며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가능성이 0.00001%라 하더라도 그룹의 미래를 생각해 과감하게 실행에 옮겼다”고 말했다. 이어 “인보사의 성공과 코오롱의 미래를 위해 끝까지 함께할 각오가 돼 있다. 계획대로 순조롭게 인보사가 출시돼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의 고통을 하루빨리 덜어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9년에 걸친 연구개발 노력은 이제야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11월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과 인보사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수출액이 5000억 원으로 한국 제약·바이오 업체가 단일 국가를 상대로 기술을 수출한 사례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미국에서는 임상 2상 시험을 통과한 뒤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마지막 단계(3상) 절차를 밟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인보사 개발을 위해 그간 1100억 원을 투자해 왔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기술 수출 효과에 힘입어 지난해 영업이익이 185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746% 증가했다. 순이익은 1483% 증가한 127억 원을 기록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퇴행성관절염을 앓아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국내에만 약 500만 명, 치료비는 연간 1조 원에 이른다.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전 세계 퇴행성관절염 환자는 4억 명이 넘는다. 인보사는 6월쯤 판매 허가 승인을 받으면 7월부터는 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해 쓰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충주공장의 연간 생산량을 1만 도스(1회 접종량)에서 10만 도스로 늘리기 위해 시설을 증설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