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에 따르면 2016년 무역수지는 마이너스 1166만 달러(약 130억원)를 기록했다. 우리 기업들의 해외 수출액은 전년 대비 35%나 감소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일은 무역수지 적자가 단기간 회복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제조분야는 공동화된 상태고,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유지보수 분야도 시장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승강기 산업은 지난 반세기 동안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1990년대 초반 6만여 대에 불과했던 승강기 운영대수는 현재 60만여 대로 세계 9위고 신규 설치 대수는 4만여 대로 중국, 인도에 이어 3위로 이 분야 강국이다. 인구증가와 급속한 도시 확장으로 승강기는 88올림픽을 전후로 크게 늘어나 이제는 일상적인 편의시설로 자리했다. 사무용뿐만 아니라 주거용으로 고층건물 선호도가 높고 신기술을 좋아하는 국민성도 한몫했다. 1990년대 초반에만 해도 승강기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승강기는 고부가가치 업종 중 하나다. 자동차와 비슷한 2만∼3만 개 정도의 부품이 들어가 수요 창출 효과도 크고 20∼30년 주기로 승강기 교체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알짜 산업이다. 한번 설치한 승강기에서 나오는 유지보수 사업에서도 정기적인 수익이 나오기 때문에 비교적 수익성도 안정적이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국내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이 잘나가던 국내 대기업을 차례로 인수합병(M&A)한 후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이나 남미,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시장은 차츰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승강기산업의 지각변동으로 중소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대부분 내수 의존형 중소기업들은 시장의 80%를 차지하던 대기업이 납품물량을 줄이면서 재정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도산하거나 인력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그나마 경쟁우위에 있던 중저가 시장마저 중국 등에 빼앗기는 추세라서 전면적인 산업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미 에스컬레이터는 몇 년째 100% 수입에 의존할 정도로 경쟁력을 상실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기업들은 우수한 기술 인력 확보와 신제품 개발, 해외 판로개척 등은 늘 뒷전이다. 일부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보지만 중국과 다국적 기업들에 밀려 신규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희망의 불씨는 남아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매년 신규 설치 대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세계적인 이용강국이라는 점은 매력적이다. 전체 승강기 설치 대수의 26%가량(16만 대)을 차지하는 노후 승강기 교체물량도 기업 입장에선 기회다.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승강기대학이 있고, 거창 승강기산업단지도 매년 매출이 증가하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동반성장 전담팀을 꾸려 중소기업 공동기술개발, 인력양성, 국제승강기엑스포 개최, 인증센터 설립추진, 경영안정화 자금지원 등 산업진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승강기 산업을 국민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안전산업’으로 규정하고 집중 육성해 나가야 한다. 중장기적인 산업진흥 계획하에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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