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아줌마, 우리 케이크도 팔아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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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쿠르트 방문판매의 힘… 국내 기업들 러브콜 잇따라

한국야쿠르트 전체 매출의 90% 이상은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리는 방문판매원 채널에서 나온다.
한국야쿠르트 전체 매출의 90% 이상은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리는 방문판매원 채널에서 나온다.
지난해 국내 콜드브루(cold brew) 커피 열풍을 이끌었던 한국야쿠르트가 이번엔 오리온과 함께 디저트 시장에 도전한다. 전국 1만3000명의 ‘야쿠르트 아줌마’ 방문판매(방판) 채널을 통해 유통기한이 짧고 신선한 ‘그날그날의 디저트’를 팔겠다는 것이다. 올해로 46년을 맞은 야쿠르트 아줌마 방문판매가 국내 다른 기업의 제품을 파는 것은 처음이다.

○ 콜드브루 이어 2030 직장인 겨냥

‘야쿠르트 아줌마’가 판매하는 디저트 한국야쿠르트가 오리온과 손잡고 내놓은 생브라우니와 생크림치즈롤 신제품 2종.
‘야쿠르트 아줌마’가 판매하는 디저트 한국야쿠르트가 오리온과 손잡고 내놓은 생브라우니와 생크림치즈롤 신제품 2종.
한국야쿠르트와 오리온은 콜드브루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디저트 2종을 20일부터 판매한다고 16일 밝혔다.

제품은 오리온 ‘마켓오 디저트 생브라우니’와 ‘마켓오 디저트 생크림치즈롤’이다. 한국야쿠르트의 ‘콜드브루 by 바빈스키’ 아메리카노 또는 카페라떼와 조합한 네 가지 세트로 구성해 3500∼4800원 선에서 내놓을 예정이다.

서로 다른 식품회사가 제품과 유통을 각각 맡는 건 이례적이다. 양사 협업의 배경엔 방판 채널의 ‘위용’이 있었다.

지난해 야쿠르트 아줌마가 출근길에 파는 콜드브루 커피가 2030세대 직장인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며 방판 채널은 다시금 주목받았다. 콜드브루 by 바빈스키는 출시 6개월 만에 1300만 개가 넘게 팔려 아이스아메리카노 일변도의 여름 커피 시장을 바꿔 놓았다. 방판 채널은 신제품을 알리고 개별 소비자 마케팅을 하는 데 유리하다. 바쁜 직장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원하는 제품을 갖다 주고, 기호를 파악해 신제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개개인 취향별 소비 트렌드가 커지면서 방판 채널이 다시 뜨는 이유다. 프랑스 치즈 기업 벨도 지난해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끼리치즈’ 홍보에 성공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오리온 외에도 많은 기업이 ‘러브콜’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신제품 2종도 방판 채널의 강점을 최대한 살린 제품이다. 생크림 등 생(生) 재료가 들어가 촉촉하고 부드러운 대신 유통기한이 열흘로 일반 과자보다 짧다. 그날그날 받아 판매하는 야쿠르트 아줌마 채널이 주효한 셈이다.

○ 방판의 신화, 야쿠르트 아줌마

야쿠르트 아줌마는 1971년 8월 47명의 인원으로 시작했다. 현재 전국 1만3000명이 월평균 700만∼8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여기서 나온다. 한국야쿠르트는 일부 제품에 대해 판매원에게 살 경우 가격을 더 낮게 책정하기도 한다. 콜드브루 by 바빈스키 제품의 편의점 판매가는 아메리카노 2300원, 카페라떼 2500원으로 야쿠르트 아줌마에게 사는 것보다 각각 300원, 200원 비싸다. 지난달 출시한 ‘하루야채 마스크 팩’은 정가가 1만5000원이지만 야쿠르트 아줌마에게 구입하면 할인가 1만 원에 살 수 있다.

방판 채널은 그 자체로 O2O(Online to Offline·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성격을 띠고 있다. 2013년 한국야쿠르트는 스마트폰 주문과 인근 판매원 찾기 기능이 가능한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앱으로 주문하거나 전화를 걸면 날짜, 시간에 맞춰 단 1개의 음료도 배달해 주기 때문에 방문 판매의 위력이 더 크게 발휘됐다. 앱 다운로드 수는 13만 건을 돌파했다. 온라인 주문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137.1% 증가했다.

야쿠르트 아줌마는 이제 방판 채널의 대표적 성공 사례이자 고유명사가 됐다. 한국야쿠르트는 2013년 ‘아줌마’ 명칭을 좀더 전문적인 말로 바꾸기 위해 사내외 공모를 진행했다. 결국 기존 호칭의 정겨운 느낌을 유지하자는 의견에 따라 명칭 변경은 없던 일이 됐다. 사내에서는 ‘여사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앞으로도 오리온과의 신제품 협업, 신형 카트 도입 등을 통해 방판 채널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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