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안전 상품의 대명사였던 채권형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자 투자자들이 흔들리고 있다. 믿었던 채권 시장에서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아 든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도 나타나고 있다. 채권 손실이 커지면서 증권사 실적에도 먹구름이 꼈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펀드 전체 수익률은 지난주 평균 ―0.12%로 집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3개월간 국내 채권형 펀드 수익률은 ―0.41%였다. 손실 폭이 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의 덫을 좀체 빠져나오지 못하자 채권형 펀드 투자자들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최근 3개월간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3조3268억 원에 이른다.
채권 자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흐름을 타고 강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채권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12월 평균 1.69%로 7월(1.22%)보다 0.47%포인트 올랐다.
국내 증권사들이 보유한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증권사들의 실적도 타격을 입게 됐다. 증권사 중 처음으로 지난해 전체 실적을 공시한 교보증권은 연간 기준으로 623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4분기만 따져보면 40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증권사들의 채권평가 손실액이 약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했지만 채권 금리는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추가로 금리가 오르면 증권사들이 보유한 채권의 손실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국내 증권사가 보유한 총채권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현재 184조 원으로 총자산(384조 원)의 48%를 차지한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실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신흥국 경기 침체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가 남아 있는 만큼 증권사의 채권운용 리스크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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