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급과잉 해소에 한숨 돌렸지만… 철강 ‘불안한 회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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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업종별 구조조정 결산]<下>철강-석유화학 선방

 
철강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됐지만 업황이 회복되면서 오히려 실적에서는 선방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중국의 정책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이 큰 산업인 데다 업황이 언제 다시 나빠질지 몰라 불안한 상황이다. 또 외부 컨설팅 업체에 구조조정 보고서를 의뢰하고도 정작 반영된 것은 없어 ‘보여주기식 컨설팅’에 그쳤다는 논란도 있었다.
○ 중국발 훈풍 덕에 되살아난 업황

 중국이 불러온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신음하던 철강업계는 중국이 ‘결자해지’에 나선 덕에 올해 실적이 회복됐다. 중국 정부가 올해 조강(쇳물) 생산량을 4500만 t 감축한 것을 비롯해 2020년까지 최대 1억5000만 t의 조강 생산을 줄이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중국 철강업체의 합병도 도움이 됐다. 9월 바오산(寶山)철강그룹과 6위인 우한(武漢)철강그룹이 합병하며 세계 2위의 ‘철강 공룡’인 바오우(寶武)철강그룹이 탄생했다. 허베이(河北)강철과 서우두(首都)강철의 합병도 추진되는 등 공급을 줄이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여기에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도 고공행진하면서 철강 가격이 크게 올라 업황이 살아났다. 포스코는 3분기(7∼9월) 실적이 4년 만에 1조 원을 다시 넘어섰고 6월 동국제강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2년 만에 조기 졸업하는 등 업계 전반적으로 한숨을 돌렸다.

 석유화학업계도 올해 시황이 크게 좋아지며 업체들이 높은 실적을 거두는 등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한 분야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폴리염화비닐(PVC)이 대표적이다. 올해 들어 중국 정부의 석탄 규제로 인해 석탄을 원료로 한 중국 PVC 원가가 상승하면서 국내 PVC 업체들이 수혜를 본 것이다. 중국 화학기업 상당수는 원가가 낮은 석탄으로 PVC를 만드는 반면 국내에선 석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를 활용한다. 올해 중국 정부가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석탄 규제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석탄 가격이 급등했고, 중국 화학업체는 제조원가가 급등한 반면 저유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에 호재가 됐다.


○ ‘보여주기식’ 컨설팅 논란도

 중국의 영향이 컸지만 업계에서 그간 자발적으로 시행한 구조조정이 효과를 본 측면도 있다. 지난해부터 철강업계에서는 설비 감축과 합병이 이어졌고 석화업계도 설비 전환이나 물량 감축 등을 진행했다.

 하지만 두 업계 모두 ‘보여주기식’으로 외부 업체에 구조조정 컨설팅을 맡겼다가 업체들의 반발만 샀다. 철강업계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측에 보고서를 의뢰해 “후판, 강관, 철근 부문의 설비 감축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업체들이 “중국에 시장만 내주게 된다”며 반발해 그 이후 조치는 지지부진하다.

 석유화학협회도 베인앤드컴퍼니에 컨설팅을 실시하고 “테레프탈산(TPA)과 폴리스타이렌(PS)의 설비 조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당시 TPA를 생산하는 한화종합화학, SK유화, 롯데케미칼 등은 이미 설비 전환이나 물량 감축 등을 마친 상태였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어떤 방향으로 추가 구조조정을 할지 업계 간 논의를 진행했지만 회사별로 견해차가 커서 별다른 진전 없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업황이 좋은 지금이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할 적기”라며 보여주기식 구조조정보다는 제품 차별화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실제 포스코의 실적 개선에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월드프리미엄(WP) 제품의 비중이 높아진 것이 큰 도움이 됐고 동국제강도 컬러강판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에 대한 진단도 비슷하다. 남장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유가가 오를 때를 대비해 경쟁력을 쌓지 않으면 한국 석화업의 앞날은 어둡다”며 “범용 부문은 중동이나 북미 등에 진출해 현지에서 생산하고 국내에선 고부가가치 제품을 키워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규 sunggyu@donga.com·이샘물 기자
#공급과잉#구조조정#석유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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