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따라다니는’ 에어컨… 알파고 가전 쏟아진다

1월 CES서 글로벌업계 각축 예고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2017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는 딥러닝, 인공지능(AI) 등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홈’ 기술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6’에서 LG전자가 공개한 스마트홈 관련 제품을 관람객이 살펴보고 있다. LG전자 제공

“세탁기,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이 사람처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면 집 안 환경은 어떻게 달라질까?”

　내년 1월 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2017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는 글로벌 가전업체들이 그리는 미래 집 안 변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사람과 제품, 제품과 제품 사이의 상호 연결을 뜻하는 ‘커넥티비티(Connectivity)’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연결을 통해 어떤 ‘새로운 경험’이 가능해지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뜻이다.
○　딥러닝 기반 스마트 가전제품

　LG전자는 내년 CES에서 딥러닝(자기학습)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가전제품을 처음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정해진 작업을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하는 데 머물렀던 가전제품들이 이제는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올해 3월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꺾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인공지능(AI) ‘알파고’의 핵심 기술이기도 한 딥러닝은 수많은 데이터를 축적해 일정한 패턴을 찾는 기술이다. ‘고정 혹은 회전’ 기능만 있었던 에어컨이 거실 곳곳에 찬 공기를 똑같이 뿌리며 냉방을 했다면 이제는 이용자의 집 안 움직임을 꾸준히 기록한 뒤 주로 머무르는 공간을 중심으로 냉방하게 된다. ‘나의 주인은 주로 TV 앞에 머무르고, 베란다 창문 쪽에는 잘 가지 않는구나’라고 에어컨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이용자가 직접 시간을 지정해 절전운전을 하도록 했다면 앞으로는 냉장고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용자를 이해하고 스스로 움직이기 때문에 더 정확한 작동이 가능하다”며 “‘가정 내 모든 가전제품의 스마트화(Everything is Smart)’된 모습을 CES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1차원적 스마트화를 넘어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2020년까지 가정 내 모든 가전제품을 하나로 묶고, AI와 연동시키는 스마트홈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도 CES에서 한층 구체화된 ‘스마트홈’을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CES에서 외관이나 기능적 혁신보다는 소프트웨어적 발전에 더 집중한 IoT 냉장고 ‘패밀리 허브’ 2세대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CES에서 사람의 음성을 알아듣고 일을 처리하고, 냉장고 속 남은 식재료를 스스로 파악해 요리 레시피를 추천하는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글로벌 가전업체들은 IoT, 초연결사회 등을 키워드로 ‘연결성’을 강조해 왔지만 구체적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데는 제한적이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원격으로 제품을 끄거나 켜는 1차원적 기술 이상의 큰 그림을 보여주지 못했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내년 CES에서는 가전제품의 전통적 기능에 대한 주목도는 낮아지는 반면 홍수처럼 쏟아지는 데이터를 축적하는 클라우드 기술, 사람의 말을 정확히 알아듣는 음성인식, AI 등을 통해 가전제품들이 어떤 소프트웨어(SW)적 개선을 이뤘는지가 최대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