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대만-中-日선사들… 한진 미주노선 물량 절반 가져가
현대상선 점유율은 0.72%P 올라… 한진 보유 美롱비치터미널 지분
대한해운, 현대와 나눠서 인수 추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인한 반사이익을 현대상선보다는 대부분 외국 해운사들이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해운 미주노선을 인수하기로 한 대한해운은 한진해운이 보유한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54%)을 현대상선과 나눠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30일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11월 현대상선의 아시아∼미국 노선(미주노선) 시장 점유율은 3.87%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인 8월(3.15%)에 비해 0.7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당시 한진해운의 미주노선 점유율이 7.62%였던 것을 감안하면 한진해운 물량의 대부분을 외국 해운사들이 가져간 것이다. 한진해운 물동량 상당 부분을 현대상선이 흡수할 것이라던 정부 예측이 엇나간 것이다.
외국 해운사 중에서도 대형 해운사들이 더 큰 반사이익을 얻었다.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는 같은 기간 점유율이 12.17%에서 13.67%로 1.5%포인트 높아졌다. 대만 에버그린(세계 5위)은 1.04%포인트, 중국 코스코(세계 4위)는 0.5%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일본 3대 선사(MOL, K라인, NYK)들도 점유율이 이 기간 1.67%포인트 올랐다. 이들 외국 해운사가 한진해운 물량의 절반 이상을 가져간 셈이다. 나머지 10여 개 외국 선사도 대부분 0.2∼0.4%포인트 점유율이 올랐다. 아시아∼유럽 노선(구주노선)도 비슷한 양상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며 “한진해운 사태로 한국 해운사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데다 화주들이 한국 해운사를 기피하면서 현대상선도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직후 머스크와 코스코 등 해외 해운사들은 부산항을 거쳐 가는 신규 노선을 개설한 바 있다.
한진해운 미주노선을 370억 원에 사들이면서 롱비치터미널에 대한 인수권도 얻게 된 대한해운은 현대상선과 지분을 절반씩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대한해운이 속한 SM그룹 우오현 회장 등 경영진은 이런 의사를 정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해운이 사실상 단독 인수를 포기한 것은 롱비치터미널의 부채가 워낙 많아 인수비용이 단독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이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이미 3000억 원대의 대출을 받은 데다 추가 운영자금 등을 감안하면 인수에 드는 비용은 최소 40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한진해운 사태로 롱비치터미널 물동량이 급감해 수익성이 낮아진 것도 부담이다. 하지만 롱비치터미널이 없이는 새로 시작하는 미주노선 사업이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는 것이 딜레마다.
하지만 현대상선 측은 이런 방안에 부정적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지분을 나눠 인수할 때 우리가 얻는 것이 많을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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