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 중동항공사 저가공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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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항공사들 골머리

카타르항공 최신 기종 B787 드림라이너.
카타르항공 최신 기종 B787 드림라이너.
  ‘오일 머니’를 등에 업은 중동 항공사의 저가 경쟁으로 최근 국적 항공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정부의 보호가 절실하다”는 요구가 나오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소비자 편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대표적인 중동 항공 3사(에미레이트항공, 에티하드항공, 카타르항공)의 수송 능력은 이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항공사를 능가한다.

 20일 서울지방항공청과 각 업체에 따르면 현재 항공기 보유대수는 에미레이트항공 250대, 카타르항공 190대, 에티하드항공이 120대다. 반면 국적사 중 가장 큰 대한항공은 171대, 아시아나항공은 84대에 불과하다. 최신 항공기도 에미레이트항공은 A380 84대, 에티하드항공은 A380 8대, B787 27대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대한항공은 A380 10대, 아시아나항공은 A380 5대에 불과하다.

 가격 경쟁력도 국내 항공사들이 뒤처진다. 다음 달 3일 출국했다 10일 귀국하는 인천∼파리 항공권 최저가는 20일 현재 유류할증료를 제외하고 아시아나항공이 103만 원, 대한항공은 124만 원 선이다. 반면 카타르항공은 78만 원, 에티하드항공은 82만 원 선이다. 최대 40만 원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가격으로는 중동 항공사를 이기기 어렵다.

 외국에서도 “중동 항공사가 산유국인 자국 정부의 막대한 자금 지원을 받아 가격을 내린다”는 불만이 제기된 지 오래다. 해당 국가와 항공사들은 이런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미국 항공사들도 미국 정부에 진상 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해왔다. 일본은 올해 국적 항공사들이 중동 직항 노선 운영을 포기했다. 독일 루프트한자도 최근 중동 항공사들이 독일 노선을 빠르게 잠식해가는 탓에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국적 항공사들은 정부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중동 3사는 2011년만 해도 50만5142명이던 한국∼중동 노선 수송객을 지난해 68만7904명까지 늘렸다. 반면 같은 기간 대한항공의 해당 노선 여객은 6만3037명에서 7만4575명으로 1만 명 남짓 늘었다. 한 국적 항공사 관계자는 “양국 정부끼리 경쟁을 해도 자금력으로 밀릴 처지인 상황에서 한국 항공사가 중동 정부와 맞붙는 꼴이니 이길 수가 없다”며 “장기적으로 국적 항공사는 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매년 중동과 항공 노선 협정을 진행하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등은 “당분간 중동 항공사에 한국 노선 확장을 허락해선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런 태도가 소비자 이익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다. 소비자로서는 중동 항공사가 한국 노선을 늘릴수록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동 항공사 문제는 국적 항공사의 생존뿐만 아니라 인천국제공항의 생존과도 연결된 복잡한 문제”라며 “장기적으로 해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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