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올 기업공개 시장 ‘외화내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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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액 5兆 역대 2위 규모 불구… 삼성바이오로직스 빼면 성적 저조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로 꼽혔던 건설장비생산회사 두산밥캣은 최근 연거푸 체면을 구겼다. 두산밥캣은 지난달 실시된 수요 예측에 실패해 한 차례 상장을 연기했다. 이달 공모액을 낮춰 수요 예측에 나섰지만 일반 투자자들의 청약률이 0.29 대 1에 그쳐 흥행에 실패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얼어붙은 IPO 시장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올해 IPO 시장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양적 성장에 비해 내실이 부족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새로 상장된 61개 종목의 공모액은 총 5조1131억 원이었다. 코스피 시장에서 3조2920억 원(11개사), 코스닥 시장에서는 1조8211억 원(50개사)의 자금이 공모시장에 흘러들어 왔다. 공모액만 놓고 보면 2010년(10조908억 원)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공모시장의 양적 성장에도 증권업계는 활짝 웃지 못했다. 이달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전체 공모액의 절반가량(2조2496억 원)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효과’를 빼면 오히려 시장 위축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일반 공모 청약률도 45.34 대 1에 그쳤다. 다른 삼성 계열사인 제일모직(194.9 대 1), 삼성SDS(135.19 대 1) 상장과 비교해 저조한 성적이다. 엄여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기대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모 가격이 높다 보니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렸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공모시장이 2010년 실적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최대어로 꼽히던 호텔롯데가 6월 롯데그룹 검찰 수사로 상장 계획을 연기하면서 김이 샜다. 호텔롯데 공모액은 5조 원 안팎으로 예상되면서 역대 최대였던 삼성생명 공모액(약 4조9000억 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내년 IPO 시장 전망도 낙관할 수 없다. 특히 코스닥 시장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IPO를 준비 중인 호텔롯데, 넷마블게임즈 등은 덩치가 커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깜짝 수익을 내기 어렵다. 하지만 소형주가 포진한 코스닥 시장에서 대박에 가까운 깜짝 수익률을 내는 종목이 나오면 시장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 코스닥 시장이 활황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기업공개#ipo#두산밥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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