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토론 중립기구 만들어 지역갈등 해결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레리 佛 국가공공토론위원장… “정부 영향 안받는 주최자 필요”

 “‘영남권 신공항’ 때와 같은 지역 갈등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공공토론을 진행할 중립적인 기구가 필요합니다.”

 크리스티앙 레리 프랑스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 위원장(67·사진)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해법을 이같이 제시했다. 레리 위원장은 이달 초 서울에서 열린 ‘2016 서울 갈등 국제콘퍼런스’에 기조연사로 참가하기 위해 방한했다. 1995년 설립된 CNDP는 원자력발전소, 댐 등 대규모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활동을 주로 한다.

 레리 위원장은 “사업 주체인 정부가 마련한 토론 결과에는 시민들이 승복하기 어렵다”며 “행정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토론 주최자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성공 사례로 프랑스 낭트아틀랑티크 공항 이전사업을 들었다. 프랑스 서부 낭트 시에 지어진 공항을 시 교외로 옮기는 프로젝트로 1970년대 발표 당시부터 지역주민 등의 반발에 부닥쳐 30여 년간 표류하다 CNDP가 개입한 뒤 사업 추진을 확정했다.

 레리 위원장은 “정부가 제시한 협상안에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CNDP가 130여 명의 시민과 전문가를 인터뷰해 작성한 참고자료를 본 뒤에는 토론과 주민투표에 나섰다”며 “찬반 양측의 웹사이트를 만들어 시민들이 양쪽 의견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한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자랑했다.

 그는 또 “CNDP의 중립성은 구성원의 다원성에서 나온다”며 “입법·사법·행정부는 물론이고 시민단체, 노동조합, 경영자총회 등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이 CNDP 위원을 1명씩 추천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 등을 둘러싼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 상황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정부의 행정 절차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며 “그들이 정부 정책에 자신의 의견을 직접 반영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줘야 다양한 이해관계의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공공토론#중립기구#레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