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신시가지속 전통장터… “주민 밥상 책임집니데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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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경제 살리는 내고장 전통시장]<5> 부산 해운대구 좌동시장

송귀동 좌동 재래시장 상인회장(왼쪽)이 상인과 함께 싱싱한 수산물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좌동 재래시장을 해운대 신시가지의 밥상을 책임지는 시장이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부산=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송귀동 좌동 재래시장 상인회장(왼쪽)이 상인과 함께 싱싱한 수산물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좌동 재래시장을 해운대 신시가지의 밥상을 책임지는 시장이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부산=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부산 해운대구 좌동. 고층 아파트 숲 사이에 깊숙이 자리 잡은 시장이 있다. 부채 모양으로 펼쳐진 시장은 낮이면 싱싱한 식재료를 사려는 사람들로 활기 가득하고 밤이면 하루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찾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부산 좌동 재래시장은 다른 재래시장과는 달리 자연적으로 형성된 곳이 아니다. 해운대 신시가지가 생기고 1996년 주민들이 입주하기 시작하면서 지역민을 위한 시장이 필요했고 이런 이유로 만들어진 시장이 바로 좌동 재래시장이다. 역사는 비교적 짧지만 좌동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활의 일부다.

○ 외환위기 한파에 만들어진 삶의 터전

 좌동 재래시장이 생긴 것은 1998년 9월 30일. 1997년 외환위기 한파가 불어닥치고 1년 후다. 퇴직금 몇 푼으로 자영업을 하며 새 삶의 터전을 잡으려던 사람들이 모여 좌동 재래시장의 틀을 형성했다. 당시 해운대구청장이던 서병수 부산시장이 인근 노점상인 130여 명을 좌동 재래시장에 들였다. 송귀동 좌동 재래시장 상인회장(58)은 “마찰을 최소화하고 노점상인들과 합의한 전무후무한 상생으로 만들어진 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말했다.

 계획도시인 신시가지 안에 자리 잡은 만큼 어느 시장보다도 주위에 들어선 대형마트, 백화점이 많다. 지척에 대기업의 대형마트 7곳이 에워싸고 있어 재래시장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다. 해운대구 상생협의회에서는 좌동 재래시장과 대기업이 수시로 모여 재래시장의 상권을 지키고 대형마트도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회의와 기획 이벤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학구열이 높은 좌동 주민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도 마련했다. 송 회장은 “외환위기 당시 이곳에 터를 잡아 자녀 교육비를 마련한 상인들이 자녀가 원하는 대학에 붙었다는 소식을 많이 알려오고 있다”며 “좌동 재래시장의 터가 좋다는 점을 내세워 테마가 있는 시장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 밥상을 책임진다

 좌동 재래시장에 있는 상점의 품목은 대부분이 1차 상품이다. 옷 가게나 생활필수품 가게는 쉽게 찾아보기가 힘들다. ‘좌동의 밥상을 책임진다’가 좌동 재래시장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주민들의 밥상에 오를 건강하고 싱싱한 먹을거리를 마련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다른 품목을 취급하는 가게는 많이 들이지 않았다는 게 송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늘 신선한 식재료를 준비해 둔 덕에 식품은 무조건 좌동 재래시장에서 산다는 단골손님도 많다”고 덧붙였다.

 밤이 되어도 좌동 재래시장은 환한 불빛으로 가득하다. 고단한 하루를 달래기 위해 ‘막걸리 골목’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장산이 가까운 지리적 특성상 산행을 마치고 돌아온 고객을 겨냥해 고등어를 이용한 안주와 해물파전 등을 내놓는다. 옛날 저잣거리에서 먹는 술상을 모티프로 삼아 활기차고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매일 찾고 싶은 재래시장을 만들기 위해 시장 환경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2006년부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천막형 아케이드와 배수로, 소방시설, 화장실 개·보수 공사를 진행했고 지난해에는 650평 규모의 주차장을 열어 시장 고객을 대상으로 40분 무료 주차 서비스도 개시했다. 올해 안에 시장 바닥을 보도블록으로 교체해 걷기에 편하고, 눈비가 오는 날에도 질퍽임 없는 바닥을 만들 예정이다.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가게 주인이 직접 배달을 하는 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아파트 단지가 많아 집을 찾기 쉬운 신시가지의 특성 덕분에 전문 배달 업체를 쓰지 않고 상인들이 직접 고객에게 물건을 가져다준다. 각 점포의 제품을 확인할 수 있는 시장 전용 애플리케이션도 2012년부터 활용하고 있다.

○ 성실함이 가장 큰 자원

 “좌동 재래시장에는 ‘타고난’ 자원이 없는 게 사실입니다.”

 좌동 재래시장은 신시가지의 생성으로 인위적으로 탄생한 시장인 탓에 오래전부터 전해 오는 지역 명물이나 유명 음식이 없다. 송 회장은 “찜닭이 유명한 안동이라든지 오래전부터 수산물을 취급했던 자갈치시장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특색이 갖춰져 있는 곳”이라며 “시장 상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끼워 맞추듯 특화 상품을 내세우지 않겠다는 게 시장의 원칙이다.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좌동 재래시장이 택한 것은 바로 성실함이다. 같은 상품이라도 다르게 판매하는 친절한 서비스, 고객에게 먼저 한 발짝 다가가는 살가운 노력이 좌동 재래시장의 가장 큰 자원이다. 송 회장은 “늘 그 자리를 지키는 ‘동네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좌동 재래시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부산=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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