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부작용 자료 늑장제출 의혹

  • 동아일보

9월 23일 “부작용 3명 신약과 관련” 첫 보고… 6일뒤에 최종자료

 한미약품이 폐암 치료 신약 올무티닙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처방제한 권고(9월 30일)가 있기 일주일 전 신약의 부작용에 따른 환자 사망 사실을 식약처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한미약품이 자사의 주가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관련 보고를 일부러 늦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3일 식약처, 한미약품 등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달 23일 ‘신약을 투여한 환자 3명에게서 나타난 부작용(2명 사망, 1명 회복)이 신약과 인과관계가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식약처에 제출했다. 한미약품이 임상시험 환자 3명의 부작용을 신약 투약에 따른 것으로 보고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국내에서 임상시험 기관은 이상 반응이 발생하면 15일 이내에 식약처에 해당 사실을 알려야 한다. 한미약품은 앞서 4월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 1명이 피부가 썩는 ‘독성표피괴사용해(TEN)’ 증상으로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6월엔 같은 증상이 나타난 환자 1명이 입원 후 회복했다고 알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환자의 부작용과 신약 간 연관성은 명확하지 않았다. 식약처가 환자 첫 사망 보고를 받은 지 1개월 뒤인 5월 올무티닙 시판 허가를 내준 이유다.
○ 식약처와 한미약품, 핵심 자료 제출 시기 공방

 식약처는 지난달 23일 한미약품의 보고 후 이를 뒷받침할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이에 한미약품은 27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추가 자료를 제출했다. 이어 식약처는 다음 날인 30일 오후 4시 15분경 올무티닙의 신규 환자 처방을 제한하도록 권고했다.

 한미약품은 29일 오후 4시 반경 “미국계 다국적 제약사 제넨텍에 1조 원대 기술 수출을 했다”고 공시했다. 30일 개장 직후 한미약품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3만4000원이 오른 65만4000원. 신약 부작용의 위험성을 알리는 식약처의 권고 조치가 이보다 먼저 나왔다면 주가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었던 상황이다. 한미약품이 30일 오전 9시 29분경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무티닙의 기술 수출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하자 주가가 50만8000원까지 떨어졌다. 호재성 공시를 앞두고 식약처의 권고 조치가 주가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려고 한미약품이 일부러 식약처가 요청한 자료를 늦게 제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관련 업계에서 제기되는 대목이다.

 식약처는 30일 내린 권고 조치에 대해 “23일 한미약품이 낸 자료에는 의사 소견서 등 신약과 부작용 관계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자료가 빠져 있어 추가 자료를 요청했고 최종 자료가 도착한 게 29일”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미약품은 “23일 식약처에 보고할 내용은 충분히 알렸다”며 “29일 제출한 건 환자의 관리 실태에 대한 데이터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상 과정은 의사 등 전문가가 계속 관찰하기 때문에 제약사가 특정 사실을 감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식약처는 4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올무티닙의 판매 정지 등 후속 조치 여부를 발표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안전성 판단 근거는 달라진 게 없지만 신약의 부작용 등을 면밀히 검토해 판매 중지를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허술한 현행 공시제도 손질 지적도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 논란과 관련해 금융투자업계에서 자율공시제도 자체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공시제도는 기업이 직접 공시를 하고 한국거래소가 사후에 그 진위를 가린다.

 거래소는 한미약품의 공시에 대한 사후 검증에 들어갔다. 주요 경영사항을 공시 기한 내에 신고하지 않는 공시 불이행, 공시 번복, 공시 변경 등이 적발되면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 최대 1억 원의 과태료와 벌점이 부과되고, 1년간 벌점이 15점을 넘으면 상장폐지 절차를 밞는다. 하지만 누적된 벌점이 없으면 상장폐지 등 강력한 처벌을 내리기 어렵고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김호경 kimhk@donga.com·김성모·황성호 기자
#한미약품#부작용#신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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