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HUG, 신규분양 70여곳 ‘고분양가’ 제재 안해

  • 동아일보

평균시세 113% 넘는 곳 대거 승인… 개포주공3단지 보증 거부와 상반
“고무줄 규제가 투기수요 부추겨”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1∼6월)까지 전국 신규 분양 아파트 70여 곳이 주변 분양가의 13%가 넘는 ‘고분양가’에 분양되고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HUG 내부세칙에 따르면 HUG는 같은 시군구 평균의 110%를 초과하는 분양가를 책정한 주택사업자의 분양보증 신청을 반려해야 한다.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UG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주변 지역 평균의 113%가 넘는 분양가로 공급된 전국 아파트는 74곳이었다. 이 기간에 분양된 1400여 개 단지 중 약 5%가 고분양가였던 셈이다.

 대표적인 곳이 올해 3월에 보증을 받은 경북 포항시 ‘테라비아타’로, 당시 포항 평균의 189%에 달하는 약 1200만 원(3.3m² 기준)에 분양됐다. 올해 1월 서울 서초구에서 분양된 ‘신반포자이’도 주변 시세보다 48% 이상 비싼 4290만 원에 공급됐다. 이 아파트들은 모두 HUG로부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개포주공3단지는 강남구 평균(3804만 원)의 13.3% 높은 4313만 원으로 분양가를 책정했다가 HUG로부터 보증 발급을 거절당했다. 개포주공3단지는 결국 분양가를 4137만 원으로 낮추고 보증서를 받았다. HUG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포동에 쏠린 시장의 관심이 특히 높았다”며 “고분양가가 서울 전체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이때부터 지침 적용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고무줄 규제’가 투기 수요만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보증 거부로 분양가를 낮췄던 개포3단지의 경우 청약경쟁률이 100 대 1에 달했다. 분양가가 낮아진 만큼 분양권에 웃돈이 붙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투자자들이 몰린 결과다. 전현희 의원은 “정부가 임기응변적인 대응책만 내놓을 게 아니라 부동산 이상과열을 제어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hug#주택도시보증공사#신규분양#고분양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