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백화점 모델들이 자사 상품권을 홍보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던 상품권 매출은 이달 들어 오히려 늘어났다. 동아일보DB
최근 A백화점 상품권 담당자는 상품권 판매 실적을 보고 놀랐다. 이번 추석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직전이라 고가(高價)의 상품권이 잘 안 팔릴 것이란 예상이 있었지만 결과는 크게 달랐다. 상품권 매출이 올랐을 뿐 아니라 50만 원권과 같은 고액권도 잘 팔렸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각 백화점마다 지난해 추석 무렵보다 10∼40% 이상 상품권 매출이 오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상당수 기업이 연말까지 정해진 대관 업무(정부 및 공무원을 상대로 한 업무) 예산을 (김영란법 시행 전인) 올 추석에 소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마지막 선물의 기회다”
롯데백화점의 지난달 1∼25일 상품권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약 48.7% 올랐다. 롯데보다 늦게 명절용 상품권 패키지 판매를 시작한 현대백화점의 지난달 19∼29일 상품권 매출은 8.9% 올랐다. 올해 추석이 지난해보다 13일 빠른 점을 감안해도 매출 증가율이 예상보다 높다는 게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이 김영란법 시행 전 ‘마지막 기회’라며 선물 단가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며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는 5만 원을 초과하는 상품권을 선물로 줄 수 없게 돼 상품권 매출이 급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골프장 업체들 일부가 백화점 쪽에 백화점 상품권을 골프장에서 쓸 수 있도록 제휴하자고 제안하는 일도 있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는 접대 골프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만큼 골프장 측이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어려운 백화점 상품권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50만 원권의 인기가 특히 높은 편이다. 고액 상품권은 선물뿐 아니라 기업의 현금 유동성 개선에도 일부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백화점의 지난달 12∼29일(추석 한 달 전 무렵부터 18일간) 상품권 판매량 중 50만 원권 비중은 5.9%로 지난해 추석 한 달 전과 비교해 0.5%포인트 비중이 높아졌다.
액수로 따지면 50만 원권의 비중은 더 높아진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조폐공사에 요청한 백화점 상품권 공급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50만 원권의 비중(발행액 기준)은 17.1%로 10만 원권(51.8%)의 뒤를 이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종이 상품권 발행량이 2013년 정점을 찍은 뒤 경기침체와 모바일 상품권의 등장으로 위축되고 있지만 고가 상품권의 수요는 꾸준한 편”이라고 말했다.
○ 모바일 상품권도 훨훨
올 추석에는 모바일 상품권 매출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 상품권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편하게 상품권 및 교환권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모바일 상품권은 해마다 30∼40%가량 명절 매출이 늘고 있다”며 “올 추석에는 김영란법 시행 전 구설수에 오르기 싫어하는 고객 수요가 모바일 상품권 시장으로 이전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상품권 및 선물세트는 추석 1, 2주 전 매출이 급증하지만 모바일 상품권은 명절 이틀 전에 몰린다. 배송 시간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플래닛의 모바일 상품권 ‘기프티콘’은 지난해 추석 이틀 전에 평소 매출의 4.1배를 올렸다. 이 업체의 올해 설 명절 기간 중 모바일 상품권 매출은 전년 대비 43% 판매액이 증가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모바일 상품권으로 선물할 수 있는 종류가 다양해지고 제휴처가 늘어나면서 올 추석에도 인기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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