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진, 美롱비치터미널 지분인수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2일 03시 00분


한진해운에 1000억 지원하기로… 지원금액 중 최대규모 달해
한진해운 2분기 큰 폭 적자 예상… 추가지원 없으면 현금 바닥날수도

한진해운이 2분기(4∼6월)에도 대규모 적자를 내 경영 정상화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한진이 한진해운의 핵심 자산인 미국 롱비치터미널을 유동화하는 방안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11일 해운업계과 한진해운 채권단 등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이르면 12일, 늦어도 16일에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1분기(1∼3월)에 1158억 원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또다시 1000억 원이 넘는 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한 운임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1분기와 2분기를 합친 상반기 적자가 3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금도 내년 말까지 1조∼1조2000억 원의 운영 자금이 필요한 한진해운으로서는 필요한 자금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추가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음 달 4일까지 예정된 자율협약 기간 안에 현금이 완전히 바닥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한진해운이 부도 처리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일단 고비를 넘기기 위해서는 한진해운이 가진 자산 중 가장 규모가 큰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롱비치터미널’의 유동화가 시급하다. 이 터미널은 미국 서부항만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이상을 처리할 만큼 규모가 크다. 이곳의 지분 54%를 가진 한진해운은 4월부터 롱비치터미널 유동화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유동화 방식과 파트너를 정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한진그룹에서 육상운송을 주로 담당하는 ㈜한진이 롱비치터미널 유동화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진은 6월에 한진해운의 아시아 8개 항로에 대한 영업권을 621억 원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베트남 딴깡까이멥 터미널 지분을 한진해운으로부터 229억6600만 원에 사들이는 등 약 851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 한진해운은 롱비치터미널 유동화로 약 10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한진이 한진해운을 지원한 사례 중 최대 규모가 된다.

롱비치터미널은 한진해운 문제를 떠나서도 미국과 교역량이 많은 한국으로서는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다. ㈜한진이 터미널 지분을 인수한다면 한국 기업이 계속 터미널 지분을 가진다는 점에서 국가적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올해 말까지는 경영권을 매각할 수 없도록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계약을 맺은 상태이고, 이를 전제로 캘리포니아 주로부터 세금도 감면받아 왔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이 단순한 지분 매각은 할 수 없고 임대를 하거나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후순위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롱비치터미널 유동화가 이뤄지더라도 한진해운이 필요로 하는 자금에는 턱없이 모자라지만 코앞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유동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자구안을 계획대로 실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한진해운#롱비치터미널#지분#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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