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중소기업청장 “中企, 기술 개발로 대기업 의존 낮춰야 정부도 세액공제 확대 등 지원 늘릴것”

  • 동아일보

내년 중견기업 전용 R&D 사업… 성과 따라 지원금 차등화 방침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3일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한국벤처투자 2층의 서울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정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3일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한국벤처투자 2층의 서울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정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최근 한 전자부품 회사 대표를 만났습니다. 대기업에 납품을 하다 몇 년 전에 계약이 끊겼다더군요. 처음엔 너무 막막했는데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일본, 중국, 미국 업체들을 찾아다녔답니다. 그런데 대기업 협력업체 시절 250억 원이었던 매출액이 지난해 850억 원이 됐다고 합니다. 위기가 기회를 만든 겁니다. 거기서 우리 중소기업의 희망을 봤습니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60)은 중소·중견 기업의 경쟁력 역시 ‘결핍’으로부터 출발한다고 했다. 정부와 대기업의 도움으로 성장한 회사는 결코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없다고도 했다.

3일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한국벤처투자 2층의 서울집무실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다. 경기 침체와 대기업의 해외 공장 이전 등으로 중소기업의 위기가 심화된 지금이 가장 큰 기회라는 얘기다.

주 청장은 지난달 말 경북 구미공단을 방문한 뒤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구미는 한때 전자산업이 중심이 된 정말 생동감 넘치던 도시였다”며 “지금은 대기업이 많이 떠나면서 전체적인 활력, 특히 고용 측면에서 너무 침체돼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구미, 창원, 울산 등 국내 기업도시들은 대기업이 메인(main), 중소기업이 서브(sub)인 구조인데 대기업이 나가버리면 중소기업으로선 방법이 없다”며 “동반 진출도 궁극적 솔루션이라 볼 수 없어 결국은 글로벌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 청장은 중소·중견 기업의 대기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기술경쟁력 확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내 중소·중견 제조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1%대에 불과해 3∼4%인 해외 기업들과 경쟁이 안 된다”며 “정부가 그 차이를 모두 메워 줄 수는 없지만, 세액 공제 확대 등을 통해서 기술 개발을 촉진시키겠다”고 말했다.

중기청은 내년부터 중견기업 전용 R&D 지원 사업을 시행하기로 하고 사업 규모를 최종 조율 중이다. 이 사업은 성과를 내는 곳에만 지원하는 ‘성과연동형’으로 설계해 민간의 책임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주 청장은 “중소기업에만 집중된 지원 정책을 중견기업으로도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실패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지게 한다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주 청장은 중소기업청 설립 이후 20년 만에 기업인 출신으로는 첫 중기청 수장에 올랐다. 그런 배경에서인지 중소·중견 기업 성장 정책은 ‘지원’이 아닌 ‘육성’에 맞춰져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정부는 열심히 달리는 기업들의 ‘뒷바람’ 역할을 할 뿐 앞장서서 끌고 갈 수는 없다”며 “그 대신 사무실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현장을 자주 찾아 얘기를 듣는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주영섭#중소기업청장#r&d 사업#세액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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