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장 “대우조선-한진해운도 현대상선 방식 구조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첫 경영설명회
“자산매각-대주주 사재출연 정상화… 추가 혈세 투입은 절대 없을 것”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이 20일 추가 자금 지원 없이 회생의 길을 걷고 있는 현대상선의 구조조정 모델을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등에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자산 매각, 대주주의 책임 분담, 원가 절감 등으로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한 현대상선 사례를 구조조정의 원칙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2016년 상반기 경영 설명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자리는 2월 이 회장 취임 이후 경영 성과와 하반기 계획을 임직원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회장은 임직원 700여 명 앞에서 40여 분간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질의응답까지 했다. 신년하례식이나 창사기념식 등을 제외하고 회장이 직접 전 직원을 대상으로 소통의 시간을 마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이날 발표에서 상반기 가장 큰 성과로 현대상선의 회생을 꼽았다. 현대상선은 3월 조건부 자율협약 개시 후 넉 달 만에 채무와 용선료의 재조정, 해운동맹 가입 등을 마쳤으며 최고경영자(CEO) 선임만 남았다.

그는 ‘혈세’ 투입 없이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한 현대상선 구조조정 사례를 분석한 본보 기사(18일자 B1면 참조) 화면을 띄워 놓고 “주말과 밤낮 없이 헌신적인 열정을 보인 구조조정본부 직원들이 KDB의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도 “한진해운도 현대상선과 똑같은 길이 남았다”며 추가 자금 지원 불가 원칙을 강조했다. 혈세와 같은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 없이 기업과 대주주의 자구안을 바탕으로 회생한 현대상선의 구조조정 로드맵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오너의 결심에 따라 빨리 정리될 수도 있다”며 “세금 투입이나 산업은행 지출이 더는 없어야 하기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6000억 원 지원을 요청했지만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자금 지원은 없다”면서도 “매우 복잡하게 실타래가 꼬인 상황에서 경우의 수를 최소화하며 할 수 있는 일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경영 방향에 대해서는 중견기업으로의 영업 확대, 국외 시장 신규 수익원 발굴 등을 통한 차별화를 강조했다. 이 회장은 “기업 구조조정은 KDB라는 마차의 한 축에 불과하다. 나머지 한 축에 무엇을 실을지가 우리의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이달 중 ‘KDB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 산업은행의 명예 회복과 발전의 주춧돌을 놓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모든 것은 때가 있다. 때를 놓치면 긴 고통이 따른다”며 “못 바꾸면 무너진다는 생각으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자”고 주문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이동걸#산업은행#구조조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