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바람 타고… 회사채 시장 “돈 풍년이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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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만 순발행 규모 1조7000억… 금리 추가인하 가능성에 수요 폭발
증시 고객예탁금 26조 사상 최대… 지난해 7월 24조 기록 훌쩍 넘어

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통로로 꼽히는 회사채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채권금리가 떨어지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들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선 데다 증시보다 안정성이 높은 자산으로 평가받는 채권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일반 회사채의 순발행 규모는 1조707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기업들이 회사채를 상환한 금액은 1조2684억 원, 신규 발행된 금액은 2조9755억 원이었다. 회사채 시장은 올해 들어 순발행과 순상환 기조가 반복되며 자금 조달의 안정성이 낮아진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 달 들어 순발행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 자금 조달 사정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회사채에 대한 투자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이번 달 삼성물산이 3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기관 투자자금 4700억 원이 몰렸다. 자동차부품업체 만도가 회사채 3년물 1000억 원어치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한 결과 5100억 원의 자금을 끌어 모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부터 현재까지 발행된 8조580억 원어치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14조8920억 원이 몰려들었다. 이달 들어 회사채 발행에 실패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회사채 시장에 숨통이 트인 것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등의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9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25%로 인하하면서 은행 예금금리가 하락하자 투자 대안으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임정민 NH투자증권 크레딧팀장은 “국내 기준금리가 당분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주식시장의 경우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변수가 크기 때문에 회사채를 비롯한 채권시장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회사채 투자 수요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가 추가로 하락하면 이후 각 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의 표면 이율은 현재 수준보다 더 낮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현재 발행되는 채권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 비용이 낮아지자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화는 당초 예정된 날짜보다 석 달 앞당겨 다음 달 초 회사채 1000억 원어치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자금 소요일보다 3개월 앞당겨 이달 말 후순위채 발행에 나설 계획이다. 남상진 한국투자증권 인수영업부 팀장은 “시장 수요가 있을 때 미리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에서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는 회사가 많다”며 “금리가 추가로 인하되더라도 현 수준의 발행 금리면 충분히 받아들일 만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주식시장에 언제든 투자 가능한 대기성 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사상 최대치로 나타났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7일 현재 고객예탁금 잔액은 하루 만에 1조9626억 원이 불어난 26조1809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사상 최대치인 24조7030억 원을 넘어선 것이다. 단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도 120조 원을 넘어서며 연중 최고치를 보였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투자성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시중 자금이 늘어나면서 대기성 자금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금리인하#회사채#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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