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른 대기업, 매각 1순위는 증권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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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현대증권 새 주인 맞이 이어 현대重도 하이투자 연내 매각 밝혀
삼성-SK증권 매각설도 나돌아 증권업계 재편 가속화 전망

현대중공업이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을 연내 매각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대기업들의 ‘탈(脫)증권’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대기업 지배구조 재편이 겹치면서 증권업계도 판도 변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 외에 남아 있는 대기업 계열 증권사는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 HMC투자증권(현대자동차그룹), 동부증권, SK증권 등이다. 한때 대기업 그룹의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했던 증권사들이 2000년 이후 줄줄이 매각됐기 때문이다.

올해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과 현대증권이 각각 미래에셋금융그룹, KB금융지주를 새 주인으로 맞아들이면서 증권사 ‘빅5’(자기자본 기준) 가운데 대기업 계열사는 삼성증권 한 곳만 남았다. 대우증권은 대우그룹 해체로 2000년 KDB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됐었다. 2005년 LG투자증권은 LG그룹이 ‘카드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우리증권에 매각됐다. CJ투자증권은 CJ그룹의 지주사 전환으로 2008년 현대중공업그룹(현대미포조선)에 팔렸다. 하지만 하이투자증권으로 이름을 바꾼 지 약 8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오는 신세가 됐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 중인 삼성증권과 SK증권 매각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증권사가 대기업의 ‘매각 1순위’로 전락한 것은 수년째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성장도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코스피 전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1인 반면 증권업의 PBR는 0.5∼0.7에 불과하다”며 “대기업이 증권사를 보유해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는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규제는 점점 심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할 후보로는 메리츠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자기자본 7000억 원 규모인 하이투자증권은 종합금융투자회사(자기자본 3조 원 이상)로의 도약을 노리는 증권사들에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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