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도 이젠 방문-서류 없이 대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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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병환으로 급전이 필요하게 된 직장인 A 씨는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인터넷으로 은행 대출 서비스를 신청했다. 약 1시간 뒤 해당 은행으로부터 ‘대출이 실행돼 2000만 원의 입금이 완료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A 씨는 “예전에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재직증명서와 소득증명 서류 등을 챙겨 영업점을 찾아가야 했지만 이제는 클릭 몇 번이면 은행에서도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다”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무방문·무서류 대출’은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시중은행들도 예외가 아니다. 더이상 은행 영업점을 찾아가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거나 복잡한 서류를 챙기지 않아도 된다. 핀테크의 발달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활성화되고, 은행들이 증빙서류 없이도 고객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런 변화가 가능해졌다. 또 최근 중금리 대출 시장을 둘러싼 업권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들도 대출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씨티은행은 영업점 방문 없이 인터넷으로 신청이 가능한 ‘씨티 직장인 신용대출 온라인 신청 서비스’를 지난달 10일부터 시작했다. 기존에 씨티은행과 거래를 한 적이 없더라도 다른 시중은행의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고객이라면 최대 1억4000만 원까지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은행은 고객의 증빙서류를 받지 않는 대신에 스크래핑 기술을 통해 대출 심사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한다. 스크래핑이란 은행이 고객의 사전 동의를 받고 국세청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 등 외부 시스템에 자동으로 접속해 필요한 자료를 가져오는 기술이다. 씨티은행의 온라인 대출 서비스가 그런 사례다. 고객이 대출 신청을 할 때 자신의 공인인증서를 등록하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료 납부 명세, 직장, 근무 연수 등의 정보가 자동으로 은행 측에 제공된다.

기업은행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헬로 i-ONE’에서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명함을 촬영하면 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i-ONE 직장인명함대출’을 내놨다. 현재 다니는 직장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하고, 개인신용등급(CB)이 7등급 이상인 경우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 최대 1000만 원까지 빌려주며 금리는 연 3∼9% 수준이다.

특히 중도상환 수수료가 전액 면제되며, 연체 없이 분할 상환을 이어가는 고객은 매년 0.1%포인트씩 최대 0.2%포인트의 금리를 깎아준다. 강성배 기업은행 개인여신부 팀장은 “신용등급이 7등급인 고객도 한 자릿수의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어 중금리 대출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KB i-STAR 직장인행복신용대출’은 현재 일하는 중소기업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최고 3000만 원까지 대출해준다. 인터넷으로 신청 가능하며 KB국민카드 사용 실적이나 급여 이체 여부 등에 따라 금리를 최대 연 0.7%포인트 낮춰준다.

신한은행에서는 ‘Sunny MyCar(써니 마이카) 대출’을 통해 자동차 대출도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과 기존에 거래가 없던 고객도 신규 계좌 개설부터 대출 신청 및 실행까지 모두 비대면 거래로 할 수 있다. 금리는 연 3.8∼4.9%이며 신차 구매 시 0.6%포인트를 낮춰주고, 연소득이 3000만 원 이하인 고객은 추가로 0.1%포인트를 깎아준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은행#무방문#무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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