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산화물 내뿜는 고효율 디젤차… ‘믿고 타던 그 녀석들의 역습’

  • 동아경제
  • 입력 2016년 5월 16일 14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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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판매된 디젤차 대부분이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알려진 질소산화물(NOx)을 과도하게 배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질소산화물은 급성 중독 시 폐수종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할 뿐 아니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알려져 왔다.

16일 환경부는 국내 판매된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엔진 차량 20개 차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150일간 조사한 결과 실외 도로주행시험에서 한국닛산 캐시카이 차량이 실내인증기준(0.08g/km)의 20.8배, 르노삼성자동차 QM3가 17.0배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캐시카이와 QM3 이외 17개 차종은 1.6~10.8배를 초과했으며 BMW 520d 만이 실내 인증기준 이내인 0.9배로 나타났다. 캐시카이와 QM3를 제외한 18개 차종의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0.48g/km로 실내인증기준의 6배에 이르렀다.

또한 환경부는 캐시카이 차량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실내외 모두 배출가스재순환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현상을 확인했다. 특히 배출가스재순환장치 중단시점의 온도조건이 일반 주행에서 흔히 발생하는 엔진 흡기온도 35℃로서, 이것은 일반적인 운전조건에서 배출가스 부품의 기능 저하를 금지하고 있는 임의설정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는 엔진에서 연료를 연소시키기 위해 외부공기를 엔진룸으로 흡입시켜야 하는데, 통상 자동차를 외부온도 20℃ 조건에서 30분 정도 주행시켜도 엔진룸의 흡기온도는 35℃ 이상으로 상승한다. 따라서 엔진 흡기온도 35℃ 이상에서 배출가스재순환장치의 작동을 중단시키도록 설정한 제어방식은 정상적 제어방식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3월 9일과 4월 20일 자동차 전문가 회의를 개최한 바, 참석자 모두 같은 의견을 제시하였다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향후 질소산화물 과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올 1월부터 3.5톤 이상 대형차에 2017년 9월부터는 중·소형차에 실 도로조건에서 측정된 질소산화물 배출허용 기준을 도입할 계획이다.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프랑스의 경우 지난 4월 7일 자국과 수입 경유차 52종(유로4 1종, 유로5 28종, 유로6 23종)을 대상으로 실외 도로주행 결과 유로5 8종, 유로6 13종에서 질소산화물이 실내 인증기준의 5배 이상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정부는 제작사에 해명을 요구한 상태다.

지난 4월 21일 발표된 영국의 경우는 자국과 수입 경유차 37종(유로5 18종, 유로6 19종)을 대상으로 실외 도로주행 결과 유로5 9종, 유로6 8종이 실내인증기준의 6배 이상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독일의 경우 역시 자국과 수입 경유차 53종(유로5 23종, 유로6 30종을 대상으로 실외 도로주행 결과 유로5 10종, 유로6 12개 차종에서 외기 온도가 10~17℃ 이하일 경우 질소산화물이 과다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디젤차에서 나오는 대표적 유해물질은 질소산화물과 입자상물질(PM)인데 환경규제 때문에 수치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이 둘은 전혀 줄지 않고 있다”라며 “자동차 배기가스에 관한 인식은 과거 대기오염에서 최근에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으로 변하고 있다”며 “유로6 규제가 입자가 큰 미세먼지는 걸러내지만 직경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미세입자들은 전혀 걸러내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국내외상황에도 디젤차는 높은 연료 효율성을 바탕으로 국내서도 꾸준히 판매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국토통계누리에 따르면 2010년 12월 기준 국내 디젤차는 648만3423대에서 2015년 12월 862만2179대로 약 33%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 신규로 등록된 승용차 153만2054대 중 디젤차는 68만4383대로 가솔린차(68만1462대) 대수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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