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人]불황 속에서 황금을 캡니다… 강소기업의 ‘무한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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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품질은 기본, 근성까지… “불황 안 무섭다”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각 분야에서 경쟁 우위

불황의 긴 터널. 한국 기업들이 신음하고 있다. 초대형 기업들도 세계적 불황 앞에서 힘을 못 쓰고 구조조정의 칼날을 기다리고 있다. 중소기업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불황의 덫에서 시름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내수와 수출 동반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된 데다 인력난까지 겹치면서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우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대기업들의 내핍경영으로 하청업체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경기 전망도 여전히 암울하다. 지난달 중기중앙회가 3150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2016년 4월 중소기업경기 전망조사’ 결과, 중소기업 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는 기준선 100을 밑도는 93.0으로 집계됐다. SBHI는 100 이상이면 다음 달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 업체가 그렇지 않은 업체보다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100 미만은 그 반대를 뜻한다.

재도약의 기회 잡은 ‘강소기업’들

그런데 이런 불황기에 오히려 더 주목받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경기 흐름과 무관한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들이다. 끝 모를 불황이 누군가에게는 불운의 연속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재도약의 시작이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어내는 강한 중소기업들의 경영 키워드는 기술과 품질, 그리고 반드시 세계 일류가 되겠다는 경영자의 근성이었다. 회사가 성장할수록 시련의 강도도 거셌지만 포기하지 않고 한 길을 파왔다. 덩치는 작지만 시장을 호령하는 알짜 중소기업들의 공통점이다.

충남 천안에 본사를 둔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전문기업 ㈜코다코는 국내외 완성차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밀알이 되고 있다. 이 회사는 자동차는 무거울수록 연료소비 효율이 낮아진다는 점에 주목하고 그 해답을 경량화에서 찾았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케이스와 하이브리드차용 컴프레서 부품을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납품하는 코다코는 차량 경량화의 흐름을 타고 7년간 4.5배 이상 성장하며 주목받고 있다. 2009년 666억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약 3000억 원을 기록했다.

부산에 위치한 대경기술㈜은 원자력발전에서 조선·해양 및 화력·수력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불황 속 수주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전의 주전산기 교체는 물론이고 전력 계통에 대한 설계와 시공까지 수행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프로젝트를 연달아 따내고 있다. 지난해 전년(2014년) 대비 200% 이상의 고성장을 실현했고, 올해도 최소 200% 이상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버려지는 폐기물에서 자원(원료)을 생산해 불황 속에서 선전하는 기업도 있다. 전북 군산에 소재한 성일하이텍㈜은 자원 최빈국인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재생산해 국익에 일조하고 있다. 2차전지와 같은 전자제품 폐기물에서 금 은 팔라듐 등 다양한 금속 원소를 추출하는 이 회사는 130여 명의 직원이 지난해 약 1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한자원을 무한자원으로 바꾸며 자원순환에 앞장서온 성일하이텍은 최근 2차전지 소재를 대체할 리튬이온배터리에 주목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꾸준한 노력의 뚝심경영이 기적 일궈


B2B(기업 간 거래)에서 B2C(소비자 간 거래)로 영역을 확장하며 제조업 불황을 넘는 기업도 주목받고 있다. 공장자동화용 공압구동기기를 생산하는 ㈜주강로보테크는 숨은 B2C시장을 찾아내 불황의 파고를 정면 돌파하는 케이스다. 1988년 설립돼 30년 가까이 공압기기를 생산해온 이 회사는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서서 일하기’에 착안한 스탠딩데스크를 출시하고 새로운 매출처를 확보했다. 신사업을 통해 2020년까지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그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이다.

이 밖에 30년 넘게 쌍용자동차와 1차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자동차부품에서 생활가전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진보, 노약자와 장애인의 ‘다리’가 되는 복지차량을 22년째 생산하는 창림모아츠㈜, 축산물 유통의 거품을 뺀 희성식품㈜, 신개념 냉동 공조기기로 성장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는 트레인공조㈜ 등도 불황 속 황금을 캐는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빛을 발하는 스몰챔피언들은 미래 성장성과 수익성, 안정성 등 모든 항목에서 일반 기업을 능가하는 성적표를 쥐고 있다. 이들 기업을 키운 8할은 기술과 품질, 그리고 경영자의 근성이다. 불황에 강한 기업들은 원천기술과 깐깐한 품질관리, 결코 포기하지 않는 뚝심을 공통적인 성공 비결로 꼽는다. 여기에 인재와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한몫했다. 각 분야에서 마켓리더가 된 강철같이 강한 기업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큰 기업보다 아름다운 ‘숨은 강자’들의 무한도전이 주목받고 있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기업人#강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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