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아이디어 하나로 ‘멋과 맛의 본토’ 매혹시켜

전승훈특파원 입력 2016-04-26 03:00수정 2016-09-2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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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희망이다]“파리서 창업의 꿈 스타트업!”
[1부 글로벌 챌린지의 현장]<3>佛서 창업 나선 젊은이들
한국인 청년사업가들이 프랑스에서 글로벌 창업에 도전하고 있다. 디자이너 김희은 씨(맨위 사진 오른쪽)는 디지털 아티스트 쥘리앵 레베스크 씨와 함께 ‘스마트 우산조각품’을 공동 개발했다. 안현수 조혜진 씨(가운데 사진 왼쪽부터)는 수제 초콜릿과 마카롱 케이크 전문점을 창업해 파리 시로부터 ‘음식의 장인’ 칭호를 받았고, 김형래 씨(맨아래 사진)는 프랑스 최초의 웹툰 플랫폼 개설에 도전하고 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겁 없는 한국 청년들의 ‘글로벌 챌린지’는 유럽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프랑스 전통의 수제 초콜릿과 마카롱을 파는 가게를 창업해 파리 시로부터 ‘음식의 장인’ 칭호를 받은 안현수 조혜진 씨, 구글 날씨 정보에 따라 우산이 자동으로 펴지는 ‘스마트 우산’ 조각품을 디자인한 김희은 씨, 프랑스에서 최초의 웹툰 플랫폼 개설에 나선 김형래 씨…. 이들은 좁은 국내를 떠나 유럽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었다. 동아일보는 창간 96주년을 맞아 ‘청년드림 글로벌 챌린지’ 현장 시리즈를 통해 꿈을 개척하는 한국 청년들을 소개한다. 》

프랑스 파리가 유럽에서 스타트업 기업의 새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계 입양인 출신 첫 장관이었던 플뢰르 펠르랭 전 중소기업디지털경제부 장관이 4년 전 시작했던 창업 활성화 지원 정책인 ‘프렌치 테크(French Tech)’가 스타트업 열풍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현지 취업이 어려울 경우 창업으로 활로를 뚫는 한국인 유학생도 늘고 있다.

○ 창업 인큐베이터에서 샘솟는 아이디어

한인무역인협회(옥타)의 지원 아래 창업을 꿈꾸는 프랑스 차세대 청년모임 회원들. 왼쪽부터 윤지현, 박희주, 김은혜, 신다운 씨.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20일 찾은 파리2구에 있는 창업 인큐베이터 공간 ‘뉘마’의 1층 카페. 넥타이를 매지 않은 젊은이들이 노트북 앞에 붙어 앉아 사업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있었다. ‘파리의 디지털 허브’로 불리는 이 6층짜리 건물에는 회의실과 작업 공간이 있어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김희은 씨(36·여)는 프랑스의 창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창업에 성공한 경우다. 프랑스로 유학 와 파리에 있는 산업디자인학교 '스트라트'(Strate)에서 인터렉션 디자인 마스터를 졸업하고 프랑스 통신기업 오랑주와 르노자동차 디자인팀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 지난해 디자인 회사를 창업한 김 씨는 알베르틴 뫼니에(오랑주연구소), 쥘리앵 레베스크(아르데코 교수)와 같은 유명 디지털 아티스트와 컴퓨터프로그램 개발자 등 10여 명과 함께 인터넷 기반 예술 작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가 요즘 디지털 아티스트와 함께 개발 중인 제품에는 날씨에 따라 변화하는 ‘우산 조각품’이 있다. 우산 조각품은 비가 올 것으로 예보될 경우 비가 내리기 3시간 전에 우산이 자동으로 펴지도록 만든 작품이다. 예를 들어 사무실 입구에 설치된 조각품에 우산이 펼쳐져 있다면 우산을 들고 외출하라는 뜻이다. 그는 사무실 비치용뿐 아니라 도심 광장이나 건물 앞 대형 조각품으로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그가 디자인 한 ‘속기록 프린터’도 상상력이 넘친다. 강아지 모양의 인형이 회의실에서 말하는 사람들의 소리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아듣고 실시간으로 출력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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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자신이 디자인한 아이디어 상품을 실제로 만들어 볼 때는 파리 교외 이브리 지역에 있는 '르루아 메를랑'(Leroy Merlin)에서 운영하는 '테크숍 아틀리에'를 찾는다. ‘테크숍’ 아틀리에는 창업자들을 위해 개설된 공간으로, 워터젯, 레이저젯 절삭기는 물론이고 3차원(3D) 정보를 넣으면 플라스틱, 나무, 금속 재료까지 깎아 실물로 만들어 내는 CNC밀링머신 등 150여 개의 최첨단 기계를 갖추고 있다. 김 씨는 “한 달에 50유로(약 6만4500원)로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창업 기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미식의 나라에서 인정받은 한국인 제과점

여고 동창생인 안현수 조혜진 씨는 지난해 7월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에 초콜릿과 마카롱 케이크 가게인 ‘일레네’를 창업했다. 일레네는 올해 초 파리 시가 지난해 창업한 수제 전통식품점을 대상으로 선정한 명품 가게 8곳 중 한 곳으로 뽑혀 ‘음식의 장인(artisans alimentaires)’ 칭호를 얻었다. 또 TV 채널 ‘파리 프르미에르’ 프로그램에 소개돼 음식 비평가들로부터 ‘트레 봉(매우 좋음)’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미식(美食)의 나라’ 프랑스의 전통과 자존심이 담긴 초콜릿과 마카롱 케이크를 동양에서 온 미혼 여성들이 만들어 인정받는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외국에서 온 요리사가 김치나 한과를 만들어 한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파리의 국립제빵제과학교(INBP)로 유학 간 두 사람은 10여 년간 유명 초콜릿, 파티시에 장인 밑에서 일했다. 지난해 의기투합해 가게를 차린 후 프랑스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들어 내는 수제 초콜릿과 매실청, 유자, 쑥 등 자연 재료가 들어간 마카롱으로 현지인 입맛을 사로잡았다. 초콜릿과 마카롱이 맛있다고 입소문이 나 이젠 현지인들이 줄을 서서 선물용 초콜릿을 사 가는 명소가 됐다.

○ 프랑스 웹툰의 94%는 한국 웹툰

파리 도핀대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김형래 씨(23)는 취미 삼아 한국 웹툰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경험을 살려 만화 관련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 프랑스 인기 만화 ‘탱탱의 모험’을 출판하는 카스테르만사의 편집장인 디디에 보르그 씨가 올 1월에 프랑스에서 유료 사이트로 공식 오픈한 ‘델리툰’의 창설 멤버로 합류한 것이다. 델리툰은 지난해 12월 한국의 다우기술과 프랑스 북부 릴의 벤처 창업 기금에서 투자를 받았다. 아직도 종이 만화가 인기를 끌고 있는 프랑스에서 웹툰은 생소한 장르다. 그래서 델리툰에서 서비스하는 웹툰의 94%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다. 나머지 6%는 프랑스 작가들의 웹툰이다.

김 씨는 델리툰에서 한국 측 투자자와 소통하고 한국의 좋은 웹툰 콘텐츠를 선정해 번역하는 작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올 초 한국을 방문해 보르그 대표와 함께 파비앙 페논 주한 프랑스 대사를 만나기도 했다. 페논 대사는 자신을 ‘만화광’이라고 소개하며 “한국과 프랑스가 웹툰을 통해 소통할 수 있어 무척 기대된다”며 김 씨를 격려했다고 한다.

프랑스도 높은 청년 실업률로 고민이 많다. 젊은이 4명 중 한 명꼴로 실업자다. 그러나 취직이 안 된다고 해서 ‘헬 프랑스’라는 자조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프랑스 젊은이들 사이에선 요즘 스타트업 붐이 일고 있다. “실패해도 재미있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경영 분야 최고 그랑제콜인 HEC의 최근 졸업생 중 4분의 1은 자신의 회사를 창업했다고 한다. 10년 전 창업을 선택한 졸업생이 10명 중 1명이었던 데 비하면 크게 늘었다.

○ 한-프랑스 정부, 창업 상호 지원 합의

프랑스 정부는 공공투자은행 BPI프랑스와 함께 해외 스타트업 인재 유치를 지원하는 ‘프렌치 테크 티켓’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국 벤처기업의 프랑스 내 창업, 프랑스 벤처기업의 한국 내 창업을 상호 지원하는 교류 사업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5개의 한국 창업 기업이 프랑스로 초청돼 2만5000유로(약 3225만 원)의 보조금과 사무 공간, 컨설팅을 지원받는다.

프랑스에서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달 19일 파리 오페라 가에 있는 KOTRA 사무실에서 재프랑스 한인무역인협회(옥타) 도움으로 창업을 꿈꾸는 차세대 청년들의 모임이 열렸다. 지난해 11월 파리에서 열린 월드옥타 유럽경제인대회에서 발족한 차세대 모임에는 패션 경영 요리 디자인 무역 사진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청년 16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럽차세대스쿨에 참가해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회사 설립 절차, 세제 혜택, 유럽시장 동향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프랑스에서 ‘모바일 문화 전시’ 스타트업을 준비 중인 김은혜 씨(33·그래픽 디자이너)는 “창업과 관련한 각종 서류 작성 절차와 세금 문제가 복잡해 선배 기업인들의 조언을 듣고 있다”며 “유럽 23개국 기업인들이 모였던 ‘월드옥타 유럽경제인대회’에서 만난 네트워크가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한 창업 구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경영을 전공하는 윤지현 씨(24)는 “요즘 유럽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후 현지 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프랑스에서 살아남은 한인 기업인들의 회사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창업 노하우를 전수받으며 해외 창업의 꿈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창업#스타트업#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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