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重 노조, ‘알리안츠 헐값 매각’ 보고도 배가 불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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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분기부터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연간 조합원 100명 이상 해외연수 보내 달라는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을 어제 사측에 내놨다. 성과급을 지난해의 두 배인 250%로 올리고, 조합원 사망 시 자녀나 배우자 중 1명을 특별 채용하는 고용 세습 조항도 담았다. 이런 요구안을 모두 실행하는 데는 연간 4000억 원 가까이 든다.

조선업 장기 침체로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현대중에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배짱이 놀랍다. 현대중 노조는 2004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탈퇴했지만 지난해 10월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강성 후보가 당선되자 올해 민노총 재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민노총 소속 기업 750곳 가운데 절반 정도가 고용 세습 조항을 두었다. 이러니 기업이나 정부가 노동유연성을 높이는 노동개혁을 촉구해도 먹힐 리가 없다.

현대중과 함께 조선 3사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어제 거제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거제시와 시의회에 요구했다. 총선 후보자들에게도 대량실업 사태가 우려된다며 고용안정 대책을 공약으로 촉구했다. 지난해 8조 원대의 적자를 낸 3사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이런 현실에 눈감은 채 노조는 구조조정에 저항할 태세인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강조하던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조용하기만 하다.

중국 안방(安邦)보험그룹이 독일 알리안츠그룹의 국내법인인 한국알리안츠생명을 300만 달러(약 35억 원)의 헐값에 인수키로 했다는 소식은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치는 대가가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알리안츠그룹은 1999년 제일생명을 4000억 원에 인수했지만 누적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1차적인 책임은 경영진의 무능에 있지만 성과급제 도입에 반발하는 등 구조조정에 저항한 노조에도 책임이 작지 않다. 알리안츠생명 노조 역시 조선사 노조처럼 지난해 말 고용안정협약 체결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인 ‘한국판 양적완화’는 기업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정책이다. 정부가 발권력까지 동원하면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깎아내지 않으면 ‘좀비기업’만 연명시키는 꼴이 된다. 현대중 같은 기업의 노조원들을 해외연수 보내주느라 국민이 인플레이션과 자본 유출 같은 희생을 떠안을 순 없다.
#알리안츠 헐값 매각#현대중공업 노동조합#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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