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車 비용처리 기준 강화…수입차 법인등록 비중 사상 최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9일 1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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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수입차 등록대수 중 법인등록 비중이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부터 업무용 차의 비용처리 기준을 강화하자 법인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월 국내 등록된 수입차 1만5671대 중 법인등록 차량은 5332대로 그 비중이 34.0%에 그쳤다. 이 비율은 직전 최저치인 지난해 12월 34.4%보다 낮다. 지난해 12월엔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를 앞두고 개인 구매자들이 몰리면서 법인고객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당시 법인차 판매량은 8383대로, 월 기준 역대 3번째로 많았다.

반면 지난달엔 개인고객 수가 1만339명으로 지난해 2월(9349명)보다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법인 고객은 2078명 감소했다. 5332대는 2013년 12월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이 영향으로 롤스로이스, 벤틀리, 포르셰, 재규어, 렉서스, 아우디, BMW 등 고가 브랜드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일제히 줄었다.

수입차가 일상화되면서 개인 고객이 증가하고, 법인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보편적인 추세다. 연간 법인고객 비중은 2010년 49.8%에서 지난해 39.1%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월 법인차 판매가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정부가 값비싼 차를 법인명의로 구매한 뒤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폐해를 막기 위해 업무용차 비용처리 기준을 강화한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이 올해 1월 1일부로 시행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개정안에 따라 법인이나 개인사업자 명의로 업무용 차를 구매하면 연간 최대 800만 원만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또 구입비, 유지비 등을 합한 차량 관리비용이 1000만 원이 넘는 경우, 비용으로 인정받으려면 운행일지를 작성하고 업무용으로 인정된 사용 비율만큼만 비용 처리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용 처리 금액에 상한선이 없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탈세 또는 비용 절감 수법으로 고가차를 법인명의 리스로 등록한 뒤 사용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새로 도입된 ‘1000만 원’은 넉넉지 않은 기준이다.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가 지난달 내놓은 7시리즈 잔가보장형 운용리스 상품을 보면, ‘750Li x드라이브’(1억9180~1억9410만 원)를 리스로 구매할 때, 선납금으로 차량 가격의 30% 납부하면 월 납입금이 277만 원이다. 선납금을 빼고도 1년 리스비만 3324만 원이다. 그러나 운행일지를 쓸 경우 과세당국에 개인정보가 노출된다는 점, 또 허위기재를 했을 때 세무조사나 가산세 가능성이 있다는 점 때문에 운행일지를 꺼리는 사용자도 많다.

수입차업계는 당황하는 모양새다. 한 수입차 딜러는 “지난해 판매실적이 매달 사내 ‘톱 3’에 들었던 법인영업 사원이 올해는 ‘톱 10’ 밖으로 밀렸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기존 업무용차를 살 땐 아무나 보험 대상자가 되는 상품에 가입할 수 있었지만, 4월부터는 회사 임직원들만 대상이 되는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에 들어야 비용처리를 할 수 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1~3월엔 보험 상품이 바뀌기 전에 업무용차를 사려는 수요라도 있었지만 4월부터 법인차 수요가 더 위축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업무일지를 허위기재했을 때 벌칙 조항이 없다는 점은 법 시행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없다. 권태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 간사는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위해선 허위 자료를 제출한 경우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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