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모터사이클쇼 결국 ‘남의 잔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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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의 행사에 업계1위 대림 불참

이달 말 국내에서 10년 만에 모터사이클쇼가 부활한다. 그러나 국내 모터사이클업계 1위인 대림자동차가 빠져 반쪽짜리 행사가 될 처지가 됐다.

그동안 모터사이클이 레저용 대형·고배기량 모델로 바뀌는 세계 시장의 흐름을 놓친 채 스쿠터와 사업자용 모델에 치중한 국산 모터사이클업계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군다나 저배기량 모델 시장도 외국 업체들의 한국 진출이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8일 한국이륜차산업협회와 코엑스는 31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제1회 서울모터사이클쇼 2016’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2006년 대구국제모터사이클쇼 이후 1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모터사이클쇼다. 서울모터사이클쇼 사무국은 “모터사이클은 이제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다양한 즐거움과 레저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며 “앞으로 격년제로 이 행사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혼다, BMW모토라드, 할리데이비슨, 스즈키, 킴코 등 수입 모터사이클 브랜드와 다양한 액세서리 및 부품사가 참가하지만 정작 판매량 국내 1위 업체인 대림차는 불참하기로 했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KR모터스만 참가한다.

대림차는 당초 참가를 준비했다가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쇼에 내세울 만한 고배기량 모델이 없다는 점이 주요 이유다. 대림차 측은 “보통 모터사이클쇼는 고배기량 모델에 초점을 맞추는데, 우리 회사의 주 라인업이 (스쿠터나 사업용 모델 등) 저배기량 모델이다 보니 부득이하게 불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근 모터사이클 시장은 250cc급 이상 고배기량 모델 위주로 급속히 바뀌고 있지만 한국 업체들은 이런 흐름을 쫓아가지 못했다. 대림차의 내수 판매량은 2010년 6만3279대에서 지난해 3만6650대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국내 업체 중 KR모터스가 스포츠 모델인 ‘엑시브250R’ 등 대형 신모델을 내놓긴 했지만 외산 모터사이클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반면 고배기량 모델을 앞세운 혼다 BMW모토라드 할리데이비슨 등 외국 업체들의 판매량은 같은 기간 2.4∼4.3배 급증했다. 특히 혼다코리아는 입문자용 모델에서 강세를 보이며 “자동차 부문에서의 부진을 모터사이클에서 만회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혼다는 또 스쿠터 ‘PCX’를 통해 그나마 국내 업체가 강세를 보였던 소형 모델 시장도 잠식하고 있다. KR모터스는 배기량 110cc인 ‘DD110’과 스쿠터 ‘B6’ 출시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 지키기에 나섰다. 500cc 이상 모델만 판매하던 BMW모토라드도 올 하반기에 배기량을 낮춘 310cc 모델인 ‘G310R’를 출시하기로 해 혼다코리아와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이런 흐름에 대해 대림차는 “향후 고배기량보다는 세그웨이 같은 도심형 개인교통수단 개발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며 “내연기관이 아니라 전기를 이용하는 모델의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KR모터스는 중국 ‘제남경기오토바이유한공사’와 합자 기업을 설립하기로 하는 등 중국과 동남아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서울모터사이클쇼#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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