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음’ 잡은 요즘 신차, 잘 나갑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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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업계 ‘엄마 운전자’ 위한 첨단기능 탑재 경쟁

렉서스 4세대 RX 완전변경 신차인 ‘2016년 뉴 제너레이션 RX’에는 여성 운전자의 편의를 위해 손을 대지 않고 트렁크를 열 수 있는 ‘터치리스 파워 백도어’ 기능이 추가됐다.(위 사진) 닛산 대형 SUV ‘패스파인더’에는 유아용 시트를 떼어내지 않고 2열 좌석을 이동시킬 수 있는 ‘래치 앤드 글라이드’기능이 탑재됐다.(아래 사진) 한국토요타자동차·닛산 제공
렉서스 4세대 RX 완전변경 신차인 ‘2016년 뉴 제너레이션 RX’에는 여성 운전자의 편의를 위해 손을 대지 않고 트렁크를 열 수 있는 ‘터치리스 파워 백도어’ 기능이 추가됐다.(위 사진) 닛산 대형 SUV ‘패스파인더’에는 유아용 시트를 떼어내지 않고 2열 좌석을 이동시킬 수 있는 ‘래치 앤드 글라이드’기능이 탑재됐다.(아래 사진) 한국토요타자동차·닛산 제공
요즘 신차 설명회에 가면, 여성 운전자를 고려한 기능들을 따로 설명하는 것이 필수 코스가 됐다. 자동차 시장에서 여성 고객의 구매력이 나날이 커지면서 ‘여심(女心) 사로잡기’ 경쟁을 펼치는 것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신차 기획 단계부터 여성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거나 신차에 여성 운전자를 위한 첨단 기능을 담고 있다.

렉서스는 1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신차 간담회에서 4세대 RX 완전변경 신차인 ‘2016 뉴 제너레이션 RX’에 탑재된 ‘터치리스 파워 백도어’ 기능을 새롭게 선보였다. 열쇠를 가지고 차량 뒤 엠블럼 근처로 손을 가까이 하면 트렁크가 열리는 기능을 렉서스 최초로 적용한 것이다. 렉서스 RX의 경쟁 차종들은 차량 하단에 발을 대야 트렁크가 열린다. 간담회에서 가쓰다 다카유키 렉서스 RX 수석엔지니어는 “렉서스 RX는 여성 고객 비중이 높다”며 “여성들이 지저분한 부분을 만지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감안했다”고 해당 기능을 추가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여성들이 트렁크 문을 직접 만지거나 다리를 차는 동작으로 트렁크를 여는 것은 우아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17일부터 국내 판매에 들어간 닛산의 7인승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패스파인더’도 엄마와 아이들을 위한 기능을 탑재했다. 유아용 시트를 떼어내지 않고도 2열 좌석을 이동시킬 수 있는 ‘래치 앤드 글라이드’ 기능으로, 어린 자녀를 둔 여성 운전자들이 아이용 카시트를 뗐다 붙였다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강인한 남성’ 이미지가 뚜렷한 기아자동차의 대형 SUV ‘모하비’에도 여성을 위한 기능이 더해졌다. 16일 출시된 ‘더 뉴 모하비’에는 여성 운전자도 손쉽게 동승석 시트 위치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한 ‘동승석 워크인 디바이스’ 기능이 새롭게 추가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처럼 여성 운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의외로 SUV 시장이다. SUV를 ‘패밀리카’로 쓰기 위해 엄마와 아이의 관점에서 차를 고르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가족이 함께 타기 위해 SUV를 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차를 살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아내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 SUV 시장에서 여성 운전자들의 두드러진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쌍용자동차 ‘티볼리’다. 쌍용차 ‘티볼리’는 구매 고객 3명 중 1명이 여성일 정도로 여성 운전자들에게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에다 몸집을 줄이고 세련된 디자인까지 앞세운 점이 주효했다. 그 덕분에 ‘티볼리’는 지난해 국내에서 4만8243대를 판매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티볼리’는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계기반을 6가지 색상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등 여성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할 만한 차별화된 요소와 디자인을 탑재하고 있다. 여성들 사이에서 ‘티볼리’가 큰 인기를 끌자 쌍용차는 덩치가 큰 SUV 운전에 서툰 여성을 위한 ‘드라이빙 스쿨’ 등 교육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다.

다음 달 2일 중형 세단 ‘SM6’를 공식 출시하는 르노삼성자동차는 ‘SM6’의 주요 구매 고객을 30, 40대 가장과 주부로 정하고, 특히 ‘아이 2명이 있는 주부’를 타깃으로 삼아 공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차 내부 곳곳에 ‘감성 기능’을 심었는데 여섯 가지 ‘드라이버 프로파일’이 대표적이다. 최대 6명의 운전자 특성에 맞춰 입력해 놓으면 버튼 하나로 시트 높낮이와 운전 모드, 라디오 주파수까지 모두 자동으로 바뀐다. 부부가 차를 함께 쓰는 경우, 아내가 운전석에 앉으면 일일이 다시 세팅을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SM6 판매 전략을 세울 때 여성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맞춰 30, 40대 여성 고객을 주요 타깃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는 앞으로 여성을 위한 자동차 기능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여성을 위한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단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모든 운전자의 편의를 한층 더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엄마#여성#운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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