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어제 주식을 2973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해 12월 2일부터 34거래일 연속 ‘셀(Sell) 코리아’ 양상을 보이면서 사상 최장 기간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 기간 순매도액은 6조 원이 넘는다. 외국인의 행보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초반에 수천억 원대를 팔다가 중간에 순매도액을 100억 원 이하로 줄인 뒤 다시 수천억 원대를 파는 브이(V)자형이다. 제값에 처분하려고 물량을 쪼개 파는 것이다. 어제 영국의 대표적 금융회사 바클레이스는 39년 만에 한국에서 철수키로 했다. 심상치 않다. 우려해온 글로벌 자본 유출의 신호탄인가.
경고음은 진작 터져 나왔다. 지난해 한국 중국 브라질 등 30개 신흥국에서 빠져나간 자본은 7350억 달러(약 900조 원)로 2014년(1110억 달러)의 7배 수준이었다.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국제자본이 국경을 넘는 ‘머니 무브’였다. 올 들어 중국 경기부진과 주가 폭락, 북한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같은 불안요인이 자본 유출의 뇌관에 불을 붙였다.
어제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취임 후 첫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신시장을 창출하겠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잘 활용하겠다” 같은 백화점식 정책을 나열했다. 정부가 외환보유액이 3700억 달러로 충분하다거나 미국 경제가 회복하면서 글로벌 경기도 살아날 것이라고 낙관한다면 위험천만이다. 위기 때 외환보유액은 썰물 같다. 중국 외환보유액은 2014년 6월 3조9932억 달러였지만 1년 6개월 만에 6629억 달러가 줄어 지금 3조 달러 선이 위태롭다. 미국은 기업 실적 부진으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판이다.
유일호 경제팀은 난제를 떠안고 있다. 경기를 살리려고 금리를 내리면 부채가 급증하고 수출을 늘리려고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면 자본 유출이 빠르게 진행된다. 정부 역할을 위기 대응과 기업 지원으로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외환건전성 부담금 등 거시건전성 3종세트에 구멍이 나지 않았는지 금융계에 현미경을 들이대듯 정밀 진단해야 할 것이다. 외화채권 발행이나 한미, 한일 통화스와프도 미리 쓸 수 있는 카드다. 기업 지원 분야에선 기업활동과 관련된 모든 족쇄를 푸는 ‘빅뱅’이 필요하다. 기업 유보금을 억지로 내보내는 기업소득환류세제 같은 규제는 시대착오적이다. 쓰나미가 몰려올 때 우왕좌왕 변죽만 울리는 건 악수(惡手)다. 남 탓하며 태연한 척 손놓고 있는 것은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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